
한나라당 박희태 신임 대표가 '당권·대권' 일치를 시사해 친박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취임 초부터 당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 대표는 2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당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의중을 헤아리려는 시대는 지났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청을 분리해 따로 놀아 국정이 파탄나고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지 못했다"며 당정 분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지금의 당헌·당규는 우리가 10년 동안 야당을 했을 때 만든 것"이라며 "이제 여당이 돼 국정에 대해 뒷짐만 지고 비판만 할 수 없는 만큼, 한 번 더 검토하고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이런 발언은 당권·대권을 분리해 놓은 현행 당헌·당규 개정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현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통령이 당 문제에 개입할 수 없도록 당권·대권을 엄격히 분리해 놓았다.
친박 진영에서는 그간 '당권·대권' 일치론에 강력히 반대해온 터라 이러한 박 대표의 발언으로 계파 갈등은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친박계 허태열 신임 최고위원은 박 대표의 발언에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허 최고위원은 4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당권과 대권이 철저히 분리가 안돼 오늘날 같은 위기가 왔다고 본다"며 "당권·대권 분리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한다면 오늘 같은 파국을 미리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연히 당은 대통령이 하는 일을 협조하고 도와줘야 하지만 위기가 올 때는 (청와대에)고함을 지를 수 있어야 한다"며 "당권·대권 분리는 선언적이 아니고 지켜져야 한다. 오히려 대통령을 위해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도 "당권·대권이 합쳐지면 당은 거수기가 되며, 대통령 눈치만 보게 마련"이라고 분리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당권·대권' 일치론에 대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신중론도 나온다. 친박계 무소속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라는 것은 대통령이 당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고 공천 등에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한 뒤 "노무현 대통령 때 당하고 떨어져 나라를 망친 만큼 당청간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된다는 그런 뜻 아니겠냐, 좀 두고보자"며 박 대표의 진의가 어떤 것이지 지켜보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친박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박 대표가 당장 '당권·대권'일치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나서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화합과 소통'을 강조한 박 대표가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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