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개인회생 사건의 처리기간과 인가 비율, 평균 변제율이 담당 법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회생 조건을 적용받기 위해 채무자가 거주지나 직장까지 옮기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이 대법원 제출자료와 개인회생 신청대리인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서울회생법원과 부산회생법원, 의정부지방법원 사이에서 개인회생 개시결정까지 걸리는 기간과 접수 대비 인가 비율, 인가 당시 평균 변제율 등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기준 채무 5000만원을 가진 20대 남성이 개인회생을 신청한다고 가정해 각 법원의 통계를 적용하면 서울회생법원의 접수부터 개시결정까지 평균 소요기간은 5.2개월이었다.
20대 남성의 인가 당시 평균 변제율은 45.53%로, 이를 채무 5000만원에 단순 적용하면 변제액은 약 2276만원이다. 같은 해 서울회생법원의 접수 대비 인가 비율은 74.3%였다.
부산회생법원의 평균 개시결정 기간은 8.1개월로 서울보다 2.9개월 길었다. 같은 연령과 성별의 평균 변제율은 52.65%로 채무 5000만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632만원이다. 서울보다 약 356만원 많은 수준이다. 접수 대비 인가 비율은 55.9%였다.
의정부지방법원은 개시결정까지 평균 12.1개월이 걸려 서울보다 6.9개월 길었다.
20대 남성의 평균 변제율은 52.67%로, 채무 5000만원을 기준으로 환산한 변제액은 약 2633만원이었다. 서울과 비교하면 약 357만원 많았다. 접수 대비 인가 비율은 41.0%로 서울보다 33.3%포인트 낮았다.
◇ 40대 남성 평균 변제율 서울 36.70%·의정부 47.33%
연령과 성별을 구분해 비교해도 법원별 평균 변제율 차이가 나타났다.
30대 여성의 평균 변제율은 서울 39.14%, 부산 41.30%, 의정부 41.92%였다. 채무 5000만원에 단순 적용하면 각각 약 1957만원, 2065만원, 2096만원으로 서울과 의정부의 차이는 약 139만원이다.
40대 남성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평균 변제율은 서울 36.70%, 부산 42.17%, 의정부 47.33%였다.
채무 5000만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울 약 1835만원, 부산 2108만원, 의정부 2366만원으로 서울과 의정부 사이에 약 531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50대 남성의 평균 변제율도 서울 37.49%, 부산 44.43%, 의정부 47.93%로 집계됐다. 같은 방식으로 환산한 변제액은 각각 약 1875만원, 2222만원, 2396만원이다.
다만 이 같은 통계만으로 동일한 채무자가 관할 법원을 바꿀 경우 변제액이 해당 금액만큼 줄거나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각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의 소득과 보유재산, 부양가족, 채무 규모와 성격 등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원별 평균 수치의 차이와 함께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사·보정 기준의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실무자 91.3% “법원 따라 처리기간·변제율 차이”
개인회생 사건을 직접 다루는 변호사와 법무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법원별 실무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손솔 의원실이 ‘청년파산’ 저자인 박기태 변호사와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개인회생 신청대리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인회생 사건을 다룬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법무사 32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 15명, 법무법인·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11명, 법무사 6명이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복수 법원에서 사건을 수행한 응답자 23명을 분석한 결과, 21명(91.3%)이 법원별로 개인회생 소요기간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변제율에 차이가 있다는 응답도 21명(91.3%)으로 같았다.
구체적인 실무 차이를 묻는 복수응답에서는 전체 32명 가운데 25명(78.1%)이 ‘보정권고의 내용과 범위’를 꼽았다.
이어 ‘제출 요구 서류’ 23명(71.9%), ‘개시결정까지 소요기간’ 21명(65.6%), ‘대출금 사용처 등에 대한 심사 수준’ 20명(62.5%) 등의 순이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실관계에서 요구되는 변제액이 다르다’고 답한 응답자도 19명(59.4%)이었고, 16명(50.0%)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실관계에 대한 청산가치 산정 결과’에서 차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정권고는 법원이 개인회생 신청 내용이나 제출 자료 가운데 부족하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는 절차다. 보정 범위와 요구 서류, 반복 횟수 등에 따라 신청인의 서류 준비 부담과 사건 처리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 “유리한 법원 찾아 주소·직장 옮기기도”
설문에서는 법원별 실무 차이 때문에 일부 채무자가 거주지나 직장을 변경한다는 현장 의견도 나왔다.
한 응답자는 관할 법원에 따라 사건 진행 속도와 심사 기준에 차이가 있어 채무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법원을 선택하기 위해 거주지나 직장 소재지를 옮기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응답자도 보다 나은 조건을 적용받기 위해 주소지를 변경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법원별 처리기준의 차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 지연을 줄이기 위한 회생위원 증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배우자 명의 재산을 채무자의 재산에 반영하는 방식 등 재산 평가기준의 차이로 비슷한 소득과 조건을 가진 채무자 사이에서도 월 변제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무준칙이 마련돼 있음에도 회생위원별 적용 방식에 차이가 있고, 비슷한 사건에서 요구하는 자료나 인정되는 변제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개인회생 신청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출 서류와 재산평가, 보정 요구 등의 기준을 보다 정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 의원은 “빚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국민이 유리한 회생 조건을 찾아 집과 직장까지 옮겨야 한다면 그 비용과 불안까지 채무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비슷한 사안에 법원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은 재산과 투자 손실금의 반영 기준, 추가 서류 요구 등에서 발생하는 편차를 점검하고 일관된 실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처리 인력도 확충해 사는 곳에 관계없이 제때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부=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