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대미 투자⋯자동차 이어 배터리·철강까지 '현지화'

현대차그룹 대미 투자⋯자동차 이어 배터리·철강까지 '현지화'

HMGMA 50만대 확대·핵심 부품 현지 생산
관세·공급망 리스크 대응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넘어 부품과 배터리, 철강까지 현지화하며 북미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공장만 미국에 짓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소재까지 현지에서 조달하는 구조로 대미 투자 전략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가 본격적인 건설 단계에 들어서면서 현대차그룹의 현지화 전략은 자동차 생산의 기초 소재인 철강까지 내려가게 됐다. 미국의 통상환경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기아]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 규모부터 크게 늘리고 있다. 2025~2028년 2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투자 규모를 260억달러로 확대했다. 완성차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부품과 배터리, 철강 등 자동차 공급망 전반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생산의 중심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현재 연간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현대차그룹은 이를 2028년까지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등을 합쳐 미국 내 완성차 생산능력을 연간 120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완성차 생산 확대에 맞춰 부품 공급망도 현지에 구축하고 있다. HMGMA 주변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생산·물류 거점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연간 30만대 규모의 배터리 시스템과 주요 부품 모듈을 생산해 HMGMA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통합물류센터와 출고 전 완성차 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트랜시스 등 핵심 부품 계열사도 현지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역시 현지 조달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조지아주에서 연산 약 30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추진하며 HMGMA와 연계한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철강까지 현지화한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 올해 4분기 착공해 2029년 가동하는 일정으로, 전체 생산능력 가운데 180만t을 자동차강판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급망은 자동차 생산의 기초 소재 단계까지 확대된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공장에서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자동차강판과 미국 현지에서 조달한 제품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루이지애나에서 자동차강판을 생산하면 현지 조달 기반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전기로를 활용해 쇳물 생산부터 자동차강판까지 이어지는 일관 생산체제를 미국에 구축한다. 한국에서 생산한 강판을 미국으로 운송하는 데 따른 물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관세를 비롯한 통상환경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현대제철의 미국 진출은 현대차·기아의 공급망 강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루이지애나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강판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하면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GM·폭스바겐·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기존 미국 철강업체 등의 제품을 함께 활용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결국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전략은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에서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까지 생산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완성차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부품과 배터리의 현지 조달망을 구축하고, 자동차강판까지 미국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현지 조달 비중이 높아질수록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낮추고 공급망 변수에 대한 대응력도 높일 수 있다.

2029년 루이지애나 제철소까지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완성차를 중심으로 부품·배터리·철강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한층 강화하게 된다. 대미 투자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 전반의 '현지화'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