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조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이 주도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범여당 단독 처리를 앞둔 가운데 새롭게 도입된 '공소기각 확대' 논란이 이보다 앞서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은 위법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통제하기 위한 사법적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정 사건을 겨냥한 재판 무력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법 적용 범위와 해석을 둘러싼 정치권과 법조계 등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논란의 핵심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공소기각 사유를 새롭게 추가한 부분이다. 현행법은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등을 공소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여기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제기를 추가했다.
해당 조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주도로 의결됐다. 이후 안건조정위원회와 법사위 전체회의를 잇달아 통과하며 오늘 본회의 상정을 앞두게 됐다.
민주당은 공소기각과 공소취소는 전혀 다른 제도라고 선을 긋고 있다. 법사위에서 개정안을 주도한 김용민 의원은 "공소취소와 공소기각은 법적으로 다른 개념"이라며 "관련 요건 역시 기존 판례가 충분히 축적돼 있어 법원의 판단 기준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위법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고 적법절차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해당 조항이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염두에 둔 입법이라고 주장한다.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이 주장해 온 조작수사·조작기소 논리를 그대로 법 조문에 담았다"며 "공소취소가 어렵게 되자 법원을 통해 공소기각을 유도하려는 우회 입법"이라고 맹비판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새로운 공소기각 규정을 만들어 법원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한 의원은 전날(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조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조계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검찰청은 설명 자료에서 "공소기각은 실체 판단 없이 형사 절차를 종료 시키는 예외적 제도"라며 "중대한 위법 수사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재판부 해석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커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공소기각 확대 조항은 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앞서 별도로 발의했던 개정안 내용이 여당 태스크포스(TF) 법안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범여권 강경파의 요구가 최종 입법안에 반영됐다는 분석까지 나돌고 있다.
한 중앙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최근 민주당 법사위원과 만난 비공개 자리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책임은 여당이 져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소법 개정안에는 공소기각 조항 외에도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는 고소·고발이 경찰을 통해서만 가능해지고 검사의 직접 영장청구권과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폐지된다.
또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절차를 구체화했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검사는 필요할 경우 상급 수사기관이나 다른 수사기관에도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선 고발인도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31일) 오후 4시6분경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를 이어가며 법안 저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등이 의석 우위를 바탕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공소기각 사유 확대를 둘러싼 위헌 논란과 법원의 해석 문제 등은 이날 개정안이 통과되고 해당 법을 시행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정치권과 법조계 등 쟁점 부각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 한병도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다음 주 월요일 대국민 보고회를 개최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인지 국민께 상세히 보고 드릴 예정"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궁금증을 충분히 설명하고 제기되는 우려도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 주도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하고 범여권 법사위가 '공소기각 완화 조항'을 추가한 데 대해) 과반이 넘는 국민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지만 민주당은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며 "이 악법이 통과되면 머지않아 많은 부작용이 터질 것이다. 거대한 민심의 분노가 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