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의 권리는 저작권자나 실연자가 아닌 음반제작자에 집중돼야 한다."
음원에 대한 일체의 권리는, 제작비와 리스크를 감당하는 음반제작자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발칙한'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단일 음원에 대해 음반제작자(권리자), 저작권자(작사, 작곡자), 실연자(연주, 가창자) 등 세 주체의 권리를 모두 인정하고 있는 현 질서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이다. 현행법 아래서는 세 주체 모두 음원 사용을 허가한 경우에만 합법적인 음원 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날 포럼을 통해 테이블에 오른 '음반제작자로의 권리집중' 주장은, 음악산업계에 일대 광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관련 사례를 원용해 기존 질서를 전면 부정하는 이 발언이 등장한 무대는 1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3차 음악산업포럼.
음악산업의 '새 판'을 짜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됐던 이 날 포럼에는 박경춘 한국음악산업협회장, 방극균 음악산업포럼위원장, 한석우 아인스디지탈 대표, 문화관광부 박위진 콘텐츠진흥과장 등 민관 관계자 100여 명이 자리했다.
◆ "비용과 리스크 짊어지는 제작자가 음원 권리 보유해야" 박경춘 한국음악산업협회장
'해외시장 디지털 음원유통에 관한 사례발표'를 주제로 한국음악산업협회와 음악산업포럼위원회(위원장 방극균)가 주최한 이 날 행사에서 박경춘 한국음악산업협회장은 "음반 제작비와 실패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며 음반을 만든 제작자들이 음반을 마음대로 판매, 서비스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제작자들이 저작권자, 실연자와의 관계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안, 몇 차례 개정된 저작권법을 통해 이들의 권리는 날로 확대된 반면 제작자들의 권리는 점차 줄어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제작자들이 단결하지 못하는 사이 저작권자, 실연자 단체 측은 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개진을 거듭해 현재의 지위를 누리게 됐다"며 "원래 작사작곡자와 실연자들은 제작자의 한 가족이었던 만큼 선진국의 관련 사례를 참고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강구해보자"고 강조했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예전미디어 대표 방극균 음악산업포럼위원장 역시 "업계의 합의 없이 슬그머니 자리잡고 있는 관행을 좌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문화관광부의 관심(官心)을 엿보게 하는 박위진 콘텐츠진흥과장의 모두 발언 역시 의미심장했다.
같은 문화산업국 소속 저작권과와 더불어 대한민국 음악산업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박위진 콘텐츠진흥과장은 "그간 저작권자 , 실연자 단체들은 하나로 의견을 모아 저작권법체계를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왔으나, 음반 제작자들은 그러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음악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음반 제작을 담당하면서도 제작자들의 권리는 기여도 만큼 부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관련 권리자 단체가 여러개 존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통사와의 수익 분배구조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선진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로 앞으로의 계획을 마련해 나가자"며 열린 토론을 제안했다.

◆ "미 음악출판사, 신탁단체 관계 없이 권리행사 가능", 릭 리코보노 더 라이츠브리지 그룹 대표
'콘텐츠 통합 및 음악 디지털 배급권 라이선싱'을 주제로 발제한 릭 리코보노 더 라이츠브리지 그룹 대표는 "미국에서 음원 라이선싱을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악출판사를 찾아가서 직접 기계적 복제권에 대한 허가를 받는 것"이라며 "이외에 권리를 신탁 혹은 위탁 관리해주는 ASCAP, BMI, SESAC 혹은 더 해리 폭스 에이전시 등 음원 권리단체를 통해서도 음원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경우 한국 등의 사례와는 달리 권리단체가 갖고 있는 권리가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에, 개발 음악출판사들이 권리단체를 통한 라이선싱을 원치 않을 경우 직접 권리를 행사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에서는 두 개 정도의 관련 권리단체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운영돼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릭 리코보노 대표는 더불어 "미국에는 한국의 음원제작자협회와 같은 형태의 제작자 권리 신탁 단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권리자들은 각자의 권리를 개별적으로 행사하고 다만 RIAA같은 자발적 협회가 소송 관련 업무 등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바일 라이선싱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음원 관련 권리는 마스터 이용권과 방송공연권, 복제권 등 세 가지"라며, "이 중 레코드 회사는 하나의 음원을 한 가지 버전으로 음반화 할 수 있는 마스터 이용권을, 배급을 담당하는 음악출판사는 방송공연권과 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고, "복제권이란 음원을 CD와 파일 등 다양한 형태로 복제해 유통시킬 수 있는 권리를, 공연방송권이란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상업적 목적으로 음원을 이용하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에도 국내 이동통신사 SKT '멜론' 등이 택하고 있는 월정액 무제한 음원 다운로드 방식의 서비스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에도 정액 서비스가 있지만, 아이튠스 등 미국내 대표적인 음악서비스의 경우 정액제 기반 요금제는 채택하지 않고 있으며, 적용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애플사가 고객들의 구미에 맞는 정액제 모델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는 애플사가 음원 시장이 아닌 아이팟 기기 판매와 동영상 시장 개척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이튠스를 통한 수익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논의중인 현안이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비즈니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데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해리폭스 에이전시 등 권리단체를 통해 잠정 합의 후 차후 조정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외에 미국에도 전송권, 공중송신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 저작권법에 관련 조항이 있으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등 각각의 경우에 대한 권리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 경우도 권리 분쟁보다는 비즈니스가 먼저라는 데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만큼 차츰 관련 내용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본다"고 정리했다.

◆ "신탁단체, 사용허가 요청 'NO'못해... DB근거 공정배분", 일본 음악출판사협회 다니구치 하지메 상무이사
일본의 '저작권 사용허락 개요'를 주제로 발표한 일본 음악출판사협회 다니구치 하지메 상무이사는 "일본 음악산업계에서 음원에 관한 주요 권리는 크게 원반권과 출판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 중 원반권이란, 음반 제작비용을 댄 당사자에 귀속되는 권리, 출판권이란 작사, 작곡자 혹은 음반출판사가 보유한 권리로 이해할 수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일본에도 작사, 작곡자 혹은 저작권양도계약을 통해 이들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음악출판사의 권리를 신탁받아 한국의 저작권협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자스락(JASRAC)이라는 신탁단체가 있다"며 "자스락은 어떤 사업자가 음원 사용허가를 요청해온다고 해도 절대 거절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자스락은 이미 몇 년 전에 음원 저작권 및 유통관련 정보를 담은 DB를 구축해 이를 근거로 방송보상금을 회원들에게 분배하고 있다"며 "이 계약으로 방송사는 자스락에 등록돼 있는 DB곡을 마음껏 쓰면서 연간 포괄계약 금액을 지불하고, 모니터링 비율 조사 등을 통해 전체 DB근거한 수익금을 회원 각자에게 공정하게 나눠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니구치 하지메 상무이사는 또 "집중관리단체는 일본 문부성이 허가하는 법인이지만, 오랜기간의 운영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문제가 발생한 일은 없었으며, 3년전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자스락 단일 체제가 옳은가 환기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후 등장한 민간 영리 권리단체는 자스락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본에도 음반제작자들의 권리를 신탁관리하는 한국의 음원제작자협회와 같은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실연권 존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실연자 협회가 있어 이들이 방송사용료, 음원 임대 보증료 등을 받아 분배하는 업무를 담당하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실연권은 원반 제작 당시의 계약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된다"고 답했다.

◆ "음원시장 95% 모바일 다운로드... 정액제 사례 없어", 일본레코드협회 2차사용료 위원회 우에야마 아츠시 부위원장
'유료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현황 및 음원사용의 흐름'에 대한 발제는 일본레코드협회 2차사용료 위원회 우에야마 아츠시 부위원장이 맡았다.
도시바 EMI의 법무를 담당하는 우에야마 아츠시 부위원장은 "현재 일본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시장의 95.7%는 모바일을 통한 직접 다운로드가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 8월 아이튠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PC기반 다운로드 시장이 성장세를 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모바일 시장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그는 질의 응답을 통해 "일본의 경우 정액제 기반의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반 제작 및 기획에 투입되는 비용과 아티스트의 지명도가 현저히 다른 만큼, 음원 가치에 차등을 두지 않는 해당 모델은 적용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우에야마 아츠시 부위원장은 또 "무제한 다운로드를 허가할 경우 음원의 가치 하락과 함께 후일 각 음원에 대한 수익분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연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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