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비트 나온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제 판을 바꿀 때다."
"무슨 소리...개나리가 초겨울에 핀 꼴이다."
'64비트 PC'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의 핵심이다.
AMD가 인텔보다 먼저 64비트 PC 프로세서를 25일 출시하면서 덩달아 '32비트 PC 한계론'과 '64비트 PC 시기상조론'이 충돌하고 있다.
PC의 두뇌 격인 프로세서가 기존 32비트에서 64비트 체제로 바뀌게 되면 PC는 물론이고 주기판,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도 온통 64비트급으로 교체돼야 한다.
'프로세서의 세대 교체'는 그 만큼 엄청난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다. 관련업계로서는 대단히 민감한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
AMD가 이날 64비트 프로세서를 출시하자마자 '시기론'이 불붙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32비트 PC, 힘이 딸린다"
PC 프로세서가 16비트(286)에서 32비트(386)로 세대가 바뀐 것은 지난 90년대 초반.
이 같은 세대 교체는 PC 운영체제(OS)를 텍스트 위주의 도스에서 그래픽 기반의 윈도로 삽시간에 바꿔 놓았으며, 화려한 응용 프로그램들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10년 이상 흘렀다. 최근 '32비트 PC의 한계론'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 진원지는 변화를 원하는 마니아층과 호흡을 맞춰 온 AMD.
박용진 AMD코리아 사장은 25일 64비트 PC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50메가급 초고속 인터넷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Divx 등의 디지털 동영상을 편집하고 제작하길 원하는 사용자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극장급 고화질의 PC를 원하는 사용자층이 늘고 있어 이제는 32비트 PC 시대가 한계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AMD 본사의 롬 허브 부사장은 25일 국내 발표회장에 참석해 "64비트 PC용 게임 등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게 되면 순식간에 사용자들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내년 하반기에 들어서면 우리 생산량 중 절반 이상 64비트급 프로세서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AMD는 64비트 PC 프로세서가 내년 중반기를 거치면서 보급률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PC 전문 쇼핑몰인 컴오즈의 정세희 대표는 "AMD 사용자층은 주로 마니아나 전문가들"이라며 "때문에 64비트 PC 시장이 이 같은 전문가들 위주로 확산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64비트 PC, 아직 나올 때가 아니다"
반면, 시기상조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한국HP 등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대부분 64비트 PC 출시 계획을 아직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C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제품을 내놓는 것이 원칙"이라며 "당분간은 평균 수준의 사용자들이 64비트 PC를 원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PC 사용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PC의 성능이면 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클럭 속도에 따라 PC를 바꾸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에 64비트 PC가 나왔다고 해서 사용자들이 PC를 앞다퉈 바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64비트 PC를 위한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 등이 아직 나와 있지 않아 64비트 PC 출시 계획을 세우는 것도 당분간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도 "64비트 출시 계획을 세우려면 64비트를 지원하는 OS와 관련 애플리케이션들이 나와야 한다"며 "올해중 64비트 PC를 출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상반기중 AMD의 64비트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PC OS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그 때에나 PC가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MS 관계자는 "64비트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윈도XP AMD의 상용화 버전이 이르면 내년 1, 2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텔의 경우는 아예 64비트 PC 프로세서 출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프로세서시장의 리더가 64비트 PC 시장 전망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64비트 PC 시대는 언제나 올까. 관건은 '애플리케이션'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PC업체 관계자는 "성능이 우수한 64비트 PC가 나오더라도, 쓸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64비트 PC가 대중화되려면 게임 등 쓸만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출현하는 등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MD도 같은 생각이다. AMD 관계자는 "게임 업체들로 하여금 대작 게임을 64비트 PC용으로도 개발토록 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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