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환은행의 업무혁신(PI) 프로젝트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지 2달이 넘도록 불공정 논란에 휩싸여 있다.
프로젝트에서 떨어진 회사가 BMT 실시 및 평가과정에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
전체 규모 400억원(IT분야 170억원)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후지쯔(파일넷 이미지 엔진 제안)를 비롯, 삼성SDS(얼라이언스시스템 이미지 엔진 제안), LG CNS(얼라이언스시스템 이미지 엔진 제안), 한국IBM(얼라이언스시스템 이미지 엔진 제안)이 뛰어들었다.
외환은행은 이들 4개 컨소시엄에 대해 심사한 결과 한국후지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이미지 엔진 개발 업체인 얼라이언스시스템이 ▲제안요청서를 수정한 점 ▲이미지 엔진 솔루션 BMT 결과가 평가위원들에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얼라이언스측은 "제안요청서가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바뀌었으며, BMT 때 상호배석 요구가 묵살되고, 우리회사 솔루션이 파일넷 제품보다 성능이 약 2.5배 뛰어났는데도 외환은행은 다른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PI 프로젝트의 핵심은 각 지점에서 올라오는 데이터(이미지)를 얼마나 신속하게 센터 서버로 입력하느냐에 있는 만큼, BMT 결과 우수한 이미지 엔진 제품을 떨어뜨리고 다른 제품을 선정한 것은 특정 사업자 선정을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얼라이언스시스템측은 특히 "업체 선정 후에도 외환은행 담당 실무자가 양 제품의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고 이야기했던 점에 비춰 볼 때 BMT 결과가 17명의 평가위원에게 제대로 전달돼 평가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모든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고, 은행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특별히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면 저렴한 제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 제안요청서 수정 여부에 대해서는 한국IBM의 요구에 따라 제안조건에 융통성을 줬으며 ▲ 당초 BMT 결과가 평가대상 항목이 아니었고, 테스트 결과를 비공개 하기로 했기 때문에 BMT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외환은행측은 "BMT 실시 전 테스트 결과는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얼라이언스는 주사업자 선정에서 자사 솔루션이 공급되는 주사업자들(삼성, LG, IBM)이 최종 탈락하자 BMT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은행권은 내부 업무혁신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P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가동에 들어간 우리은행을 비롯, 올 9월 오픈을 앞두고 있는 조흥은행,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외환은행 외에도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영업 환경에서 시장과 고객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보다는 상대적으로 내부 거래 비용과 업무의 개선에 따른 효율성이 중요한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PI 프로젝트는 보통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어서 IT업계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외환은행 PI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논란과 시비는 하루 빨리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최근 얼라이언스시스템의 민원을 받아들여,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 다음은 이번 사건의 논쟁점들
● 제안요청서 수정 부분
외환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딜로이트 컨설팅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 5월19일 한국후지쯔, 삼성SDS, LG CNS, 한국IBM에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게 된다. 그런데 5월19일 당일 메일로 제안 대상을 바꾸게 된다. 당초 '최대 사용자 수가 2천명 이상의 실 사용자가 있는 제1 금융권'으로 표기된 부분을 '최대 사용자 수가 2천명 이상의 실사용자가 있는 금융권'으로 수정한 것.
이에 대해 얼라이언스측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 프로젝트에서 제안업체의 구축 실적을 요구할 경우 데이터 규모와 거래량 면에서 제2금융권보다 제1 금융권 실적이 업체의 사업수행능력이나 기술능력을 판단하는데 유효함에도 금융권 전체로 구축실적을 변경한 외환은행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측은 "5월16일 부행장에게 올라간 품의서를 보면 제안 대상이 제1금융권이 아닌 금융권으로 명기돼 있다"며 실무처리상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또 "SI 업체 등에 RFP를 보낸 후 한국IBM에서 제안요건 수정을 요청해와서 많은 기업에 제안참여 기회를 주기 위해 제안요건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외환은행에 따르면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후지쯔의 경우 신한은행(신용카드, 여신, 수신, 외환)과 하나은행(가계대출), 조흥은행(신용카드)에서 이미지/워크플로우 분야를 담당했던 만큼 제안 대상이 제1금융권으로 됐어도 제안 참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 BMT 의미 논쟁
이번 논란의 또다른 핵심은 BMT 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에 있다.
외환은행은 미국업체인 파일넷과 국내 기업인 얼라이언스시스템의 이미지엔진 제품을 갖고,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주관으로 BMT를 진행했다.
외환은행측은 이미지엔진에 대한 BMT는 주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평가항목에 처음부터 들어있지 않았으며, 시중 솔루션(파일넷, 얼라이언스)에 대해 내부참조용으로 진행했던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주사업자인 삼성SDS와 한국후지쯔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를 전제로 주사업자로 선정되는 쪽이 비용을 대는 것을 합의한 상태로 BMT를 하게 됐다”며 “처음부터 평가항목에는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BMT결과가 나오기 전에 평가위원들의 평가를 끝냈다는 것. 한국썬으로부터 BMT결과를 받은 건 6월 5일인데, 평가위원들에게 의견 제출을 요구한 시한도 6월 5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얼라이언스측은 “내부참조용으로만 쓰일 BMT를 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할 필요가 있었겠냐”며 “은행권 PI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미지처리 엔진 부분인 만큼 외환은행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밝혔다.
또 “평가에도 반영되지 않을 BMT 를 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BMT결과 속도는 얼라이언스가 앞서
얼라이언스측은 ▲ BMT 항목 및 절차 등에 대한 사양에 대해 얼라이언스와 파일넷, 외환은행, 한국썬이 합의했음에도 파일넷은 당초 계획된 하루를 넘겨 이틀간 수행한 점 ▲ 당초 합의한 BMT 사양대로 수행하지 않은 점 (당초 사용언어를 Visual Basic으로 합의하였으나 속도가 빠른 C언어 사용) ▲ 이런 경우 BMT 결격사유로 탈락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외환은행측이 아무런 언급도 없이 진행했다는 점 ▲ BMT 결과 얼라이언스 제품이 일괄입력테스트 시간에서 파일넷보다 2.5배 정도 앞섰음에도 타사 제품이 선정된 점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BMT결과 이미지데이터 50만건 처리를 기준으로 했을 때 파일넷시스템 보다 얼라이언스 제품이 2.5배 정도 앞섰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측은 “일괄데이터입력 부분에서 어느정도 차이가 난 것은 인정하지만, 총 5가지의 이미지엔진 테스트 항목중 한가지 항목에서만 속도차이가 있었던 만큼 파일넷과 성능차이를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얼라이언스 제품은 파일넷과 달리 가비지 데이터가 500건 정도 발생하는 등 데이터 정합성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우선협상업체 선정후 실시한 자체 파일넷 튜닝테스트에서 (얼라이언스가 2.5배 빠르다고 주장하는 대량이미지 Batch 입력 테스트와 관련) 기존 BMT 결과대비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파일넷 제품을 적용하기에 큰 무리가 없고, 가격도 얼라이언스 것보다 절반 정도로 저렴해서 이 제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 가비지 데이터 생성은 논란
BMT 결과에서 가비지데이터의 생성여부를 이미지엔진 솔루션의 성능문제로 연결시키는 것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얼라이언스측은 “얼라이언스측은 “500건의 가비지 파일은 일반적으로 이미지 등록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유로(네트웍 불안정, 원본 이미지에 노이즈 삽입, 파일에 NULL 바이트 발견 등) 스토리지에 추가적인 파일이 쌓일 수 있는 현상”이라며 “은행 실제업무에서 가비지(Garbage)가 쌓이는 경우 이를 정리하는 과정은 온라인 중에 실시하지 않으며, 야간 또는 별도의 시간에 관리자가 툴 (Xtorm의 경우 스토리지 체커) 을 이용하여 몇 번의 검증을 수행한 후 시행한다”고 밝혔다.
파일이 500건 더 쌓인 것은 그야 말로 임시저장 영역상에만 존재하는 가비지며, 500,000건의 이미지가 실제 데이터베이스 및 스토리지에 정확하게 축적되었으므로 정합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따라서 본 BMT에서 측정하고자 했던 엔진 성능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얼라이언스측은 또 “비슷한 프로젝트인 조흥은행에서 BMT를 실시했을 때, 얼라이언스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외환은행측은 “현재 PI시스템 관련 외환처럼 대량 이미지 Batch 기능을 사용하는 곳은 한곳도 없어 정확한 사실규명이 불가능하다”며 “몇 번의 검증을 통해 가비지데이터를 지운다면 당연히 별도의 인력이 필요하게 되며, 또한 가비지 데이터 검증 작업중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양 제품간 2.5배의 시간차이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 BMT 결과, 조작됐는가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얼라이언스 제품의 성능(이미지처리속도)은 파일넷 보다 뛰어났는데, 가격문제 때문에 파일넷이 선정됐다는 이야기다.
얼라이언스측보다 파일넷이 절반 가격으로 제안비용을 써냈다는 점과, 우리은행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삼성SDS보다 한국후지쯔가 35여억원 정도 저렴하게 적어냈다는 점이 근거다.
즉 비싼 얼라이언스 대신, 외환은행은 예산을 고려해서 (성능은 좀 떨어지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파일넷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은행이 예산을 줄이기 위해 성능보다 가격을 고려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얼라이언스측은 BMT 결과가 평가위원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라이언스측은 “외환은행은 BMT결과 처음에는 우리제품과 파일넷이 성능면에서 비슷하다고 했다가 이제는 가격이슈로 돌리고 있다. 만일 가격이 최우선 조건이었으면 처음부터 최저가 입찰로 업체선정을 했어야 한다”며 “평가위원에게 BMT 결과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1시간 20분이 1시간 25분으로(자사 제품), 3시간 25분이 1시간 40분(파일넷)으로 바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외환은행측은 “BMT 결과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사업자 선정시 가격적인 면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고, 평가위원의 제안서 평가, 협력업체의 기술력, 참여인력의 기술력, 가격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또 “주사업자 선정후 이미지엔진 부분은 얼라이언스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접촉했음에도 얼라이언스측에서 이를 거부했다”며 "제안요청서 상에 주사업자 선정이후 주사업자의 솔루션에 문제가 있다면 교체할 수 있으며, 얼라이언스에게 파일넷 튜닝테스트에 자유롭게 참관하도록 제안하였으나 얼라이언스측에서 거절했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이 평가위원 감사에 나서야
국내 벤처인 얼라이언스시스템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부패방지위원회, 감사원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 외환은행 준법감사실에 이번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결과 외환은행 준법감사실은 지난 7월18일 얼라이언스측에 보낸 회신공문에서 "파일넷 BMT가 지연된 것은 제품 결함 때문이 아니라 BMT 환경 구축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고, 두 제품 모두 당행이 정한 내부기준(속도 및 안정성)을 통과한 만큼 당행이 가격 등을 고려해서 사업자를 선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은행 준법감사실의 감사는 충분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이 BMT 결과 조작 여부에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을 추진했던 PI팀 외에 다른 평가위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준법감사실 관계자는 "통상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팀과 서면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부족하면 직접 조사를 하게 된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서면조사 후 큰 문제가 없어 더 이상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PI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진실은 감사원의 조사결과에 주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얼라이언스가 정말 억울한 기업인지, 외환은행이 쓸 데 없는 문제로 당하고 있는 것인지 이제 감사원이 나서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2개월이 넘도록 주사업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 8월19일로 예정된 하드웨어 입찰도 연기되고 있다.
은행 내부 업무 일정에 따른 것이라지만, 대다수 IT업체들은 이번 일정 지연이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잡음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대해 외환은행측은 "계약진행부서인 정보시스템부에서 최초 제안가격대비 10%의 가격추가 인하협상, 목표 프로세스 최종안을 SI구축계약서상에 반영, 우선협상대상업체 선정이후 도출된 목표프로세스 구현을 위한 추가 솔루션 도입여부 검토 등으로 계약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김현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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