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파로프가 돌아왔다. 지난 96년과 97년 IBM 컴퓨터 '딥블루’와의 체스 시합으로 세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그가 일반인들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그가 모습을 나타낸 곳은 매캐한 담배 연기 너머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체스판이
아니다. 그를 유혹한 것은 인터넷. '살아 있는 체스 신화’에서 인터넷 체스회사 사장으로 화
려한 변신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변신은 체스 인생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 체스를 전파하겠다는 옹
골찬 꿈을 이루어 가는 한 과정일 뿐이다. 마치 잘 계산된 한편의 영화를 만들 듯, 어린 시절
부터 가슴 깊숙이 묻어왔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에서 태어난 카스파로프는 구 소련의 체스 신동이었다. 지난 85년 22살에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라, 최연소 챔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체스를 통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
인 그는, 이제 자신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다 준 체스를 전 세계인들에게 보급하는 일에 뛰어
들었다.
'카스파로프채스 온라인’. 이번에 그와 동료들이 세운 회사다. 뉴욕, 텔아비브, 모스크바,
그리고 런던에 둥지를 튼 ‘카스파로프채스 온라인’을 만드는 데 그가 쏟은 돈은 350만 달
러. 전 세계 수십개국의 수 백개 학교를 서로 연결해 무료로 온라인 체스를 즐기도록 하겠다
는 야심이다.
이번에 오픈한 카스파로프체스닷컴(Kasparovchess.com)은 카스파로프를 비롯 체스계의 일급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체스를 배울 수 있다. 초급에서 고급수준까지 카스파로프 팀
이 수집한 다양한 수준의 체스 강의를 다운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e메일을 이용해 일대일 강
의도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체스 토너먼트도 열고, 각종 체스 뉴스도 제공한다.
카스파로프체스닷컴의 대부분의 컨텐츠는 무료다. 카스파로프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
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겠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책이나 체스 세트 같은 물품을
판해한다든가, 온라인 체스 강의 등이 이들의 수익모델이다.
카스파로프의 이번 등장은 97년 IBM 슈퍼컴 '딥블루’와의 시합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와 싸워 1승1패를 기록한 바 있는 그가 인터넷 체스회사 사장으로 어
떤 승부를 보여 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많은 그의 팬들은 인터넷과 체스의 행복한 결합을
꿈꿀 지도 모르겠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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