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SK텔레콤이 결국 어려운 선택을 했다. 스마트폰에서 무제한요금제를 허용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OPMD(1인 다매체) 무제한 이용을 제한한 것이다. 결정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9일부터 ‘T 데이터 셰어링’ 서비스 이용조건을 변경해 데이터요금제 공유를 제한했다. 요금제별로 700MB~2GB 까지 ‘T데이터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것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가입자가 월 5만5천원 이상의 ‘올인원요금제’를 선택하면 스마트폰에서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었다. 하지만 데이터무제한요금제를 선택한 고객이 얌전히 스마트폰에서만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SK텔레콤이 별도로 시행하고 있는 ‘OPMD요금제’가 복병이었다.

“무제한으로 쓰려면 스마트폰에서만”
OPMD요금제란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PC 등 3G 통신 연결 기능이 있는 디지털 기기를 하나의 데이터요금제로 공유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T데이터셰어링’이라는 브랜드로 월 3천원의 추가요금을 내면 5만5천원 올인원요금제 가입자가 여러개의 단말기에서 무선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즉 원래대로라면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월 5만8천원(5만5천원 + 월정액 3천원)의 요금만 내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PC에서도 3G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지난 3월 9일부터 ‘T 데이터 셰어링’ 서비스에 신규 가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용조건을 변경했다. 이용조건 변경에 따라 3월 9일부터는 기존 등록자들을 제외한 데이터 이용자들에게 사실상 ‘무제한’ 이용이 불가능하게 됐다.
SK텔레콤 측은 OPMD 회선을 새로 등록하는 올인원 55 이상 요금제 가입 고객은 요금제별로 700MB~2GB 까지 ‘T데이터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9만원짜리 스마트폰용 올인원요금제를 이용해도 태블릿PC에서는 최대 2GB의 데이터밖에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태블릿에서 더 많은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종량 요금을 내거나 별도의 정액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다만 스마트폰에서의 무제한서비스는 변동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 3월9일 이전에 T 데이터 셰어링 서비스에 등록해 사용중인 단말기가 있다면 요금제를 해지하지 않는 한 약관 변경과 상관 없이 계속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측은 “소수의 OPMD 회선에 편중된 데이터 이용으로 대다수 이동전화 고객의 서비스 이용에 차질을 빚을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전체 고객이 최적의 통화품질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상위 5%가 데이터 트래픽 93% 점유
SK텔레콤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최근의 데이터 트래픽 폭증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200MB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9월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시행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절대적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가입자들의 데이터 이용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12월 말 기준 SK텔레콤의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530MB를 넘어서면서 4개월여만에 두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개개인이 모두 데이터를 많이 사용한다기 보다는 상위 5% 이용자가 전체 이용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부 ‘초과다이용자’가 문제였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데이터서비스 이용자의 상위 1%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40%를 점유하고 있으며 상위 5% 이용자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93%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소수의 데이터 ‘초과다이용자’가 있어도 전체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게 되면 네트워크는 부하현상을 겪게 되고, 이는 데이터 접속 속도 저하나 끊김 현상, 심하면 음성통화 끊김 현상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현재 SKT의 네트워크는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이용으로 발생하는 트래픽 정도는 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무제한 이용이라는 장점을 이용, 데이터 트래픽 발생량이 스마트폰보다 10배이상 많다는 태블릿PC로 3G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하는 극소수 이용자로 인해 부하가 발생하는 부분은 막아야 했다”고 고충을 전했다.
“성급한 판단 수습” vs “가입자 보호 위한 불가피 조치”
이같은 SK텔레콤의 결정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무제한데이터 요금제 실시 자체가 다소 성급한 감이 있었다. 특히 OPMD 등 소비자들의 디지털기기 이용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경쟁사에 ‘고 ARPU(가입자평균매출)’고객을 급속도로 빼앗기면서 깊이 판단하지 못하고 정책을 실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해 성급히 시행했다가 이제와 부담되니 요금제를 철회하겠다는 것은 오만한 판단”이라면서 “기존 사용자에게는 계속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는 하지만, 9일 이후 가입자는 같은 비용을 내고도 해당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니 문제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는 “SK텔레콤의 무제한-OPMD 연동이 무리였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우려하던 부분이었다. 버틸 수 있을까 걱정까지 됐었다”면서 “결국 한시라도 빨리 해당 요금제를 철회하고 정상화 해야 그나마 SK텔레콤의 다른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SK텔레콤이 이 요금제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결국 SK텔레콤의 일반 가입자들이 상위 5%의 초과다이용자의 요금을 ‘보조’해주는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이같은 결정은 향후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사 모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박스>무제한 데이터는 꿈?…美 버라이즌도 포기
미국 1위 이동전화 사업자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결국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포기했다. 버라이즌은 올 여름부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계층적으로 달리하는 방식으로 요금제도를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2위 사업자인 AT&T는 이미 지난해 6월 이를 포기한 바 있다.
사실 버라이즌 관계자들은 이런 정책변화의 필요성을 줄곧 암시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었다.
버라이즌은 올 초 아이폰을 출시 한 뒤 월 30 달러의 무제한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다른 스마트폰의 표준 데이터 요금이기도 하다. 하지만 버라이즌은 아이폰을 출시할 때도 “무제한 요금제는 일시적인 것이고, 머잖아 계층적 종량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버라이즌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프란 샴모는 아이폰이 더 많이 공급되면 (데이터 트래픽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아직 괜찮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스마트폰 가격이 갈수록 내려가면서 더 많은 스마트폰 가입자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계층적 요금제를 적용함으로써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사람은 비교적 싼 요금으로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하고, 데이터 사용량이 아주 많은 사람한테는 그만큼 더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 요금 상품 설계는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T&T는 지난해 6월 월 30달러 짜리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고 단계적 제한 요금제를 도입했다. 200MB 이내 사용자는 월 15 달러, 2GB 이내 사용자는 월 25 달러다. 또 2GB를 넘어서면 추가 1GB당 10달러씩 더 요금이 부과된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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