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봉하 마을에선 정치인에 대한 적개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정치인에게는 냉소와 노골적인 욕설까지 쏟아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책임을, 친노 진영측 인사들과 민주당 등 야당 정치인에게는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을 묻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강한 경고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지지자들에 의해 짓밟힌 것은 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향한 적개심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한나라당은 25일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정몽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조문에 나섰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인 살인마들이 무슨 조문을 하겠다고 왔느냐. 썩 나가라"며 강력히 항의하자 끝내 한나라당 지도부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두 번의 방문 끝에 겨우 조문을 마쳤다. 김 의장은 지난 24일 오후 봉하마을을 찾았지만 지지자들과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뒤로 물러서야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물러서지 않고 인파가 다소 적은 25일 새벽시간을 이용해 조문했다.
앞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조문에 나서다 '계란 세례'까지 받아 결국 발길을 돌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24일 봉하마을 입구까지 왔다가 서울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유족측이 정중하게 만류한 것으로 알려져 조문에 나섰다 봉변을 당한 다른 정치인들과는 대조를 보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친박연대 이규택 대표 등도 조문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지난 23일 한승수 국무총리도 발길을 돌렸고, 결국 서울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까지 불렸던 정동영 전 장관도 분향을 올리지 못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지지자들과 시민들로부터 냉소적인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일부 시민들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 지경까지 온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문에 나섰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싸늘한 시선에 고개를 떨궜다.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 등도 지지자들과 시민들의 날선 비판을 받아야 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9일 영결식 전 봉하마을을 찾아 직접 조문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나 시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이 대통령의 조문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오는 27∼28일 조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해=민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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