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을 두고 벌어지는 기획재정부-금융위·금감원과 한국은행간의 '무한 대립'에 은행들이 어느 쪽 편도 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은법 개정시 금감원과 한은의 '이중 감시'로 인해 부담이 두 배가 될 것이 뻔하지만, 중앙은행인 한은에 대놓고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지난 27일 한은법 개정이 논의된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이성태 한은 총재, 윤증현 기재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감원장 등 주요 경제수장 4인이 모여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한은에 시중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권을 주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두고 이성태 한은 총재가 '찬성'입장을 보였고, 나머지 3인은 반대 입장에서 논리를 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논의는 샛길로 빠지기도 했다. 시중 금융회사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독립적 검사권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찰보다는, 금감원과 한은 사이의 '자료 공유 부족' 문제에 대한 신경전이 위주가 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자료 수집에 애로가 있고, (금감원과) 정보공유가 안 된다"며 "정보가 없어서 통화신용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금감원을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종창 금감원장은 "한은이 주는 자료는 우리가 원하는 내용의 60%이고, 우리는 70%는 준다"며 맞받아쳤다.
하지만 정작 이로 인해 이중 부담을 져야 하는 은행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은행들을 대표하는 신동규 은행연합회장만이 "피감기관으로서는 한군데서 일원화 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고 우회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현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공동감사를 하던 한 주체가 늘어나 둘로 되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준다고 하지만, 사실상 '검사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이중 감시와 금융 컨트롤 타워 부재를 경고하고 있다. 이건호 KDI 교수는 "한은법이 개정되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두 군데 눈치를 봐야 한다"며 "한은이 잘 운영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한은과 감독원이 판단이 다른 경우 어떻게 될지가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만약 감독원에서 '괜찮다'고 판단한 사례에 대해 한은이 반대 의견을 표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은행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그는 "명확한 컨트롤 타워가 있고, 피감기관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한다는 전제에 현 체제가 성립되어 있다"며 " 감독원이 자료를 안 주면 감독원에게 따져야지, 그것을 법 개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중앙은행인 한은의 심기를 거스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이야기가 은행 쪽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면 한은 쪽에서 싫어한다"며 "옛날에는 은행감독원이 한은 소속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재경부와 한은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 편을 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지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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