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 운동을 취재하면서 각계의 걱정어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번 운동이 저가 노동력을 양산,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저임금 청년계층을 더욱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불안한 취업환경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질 낮은 일자리에 취직,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한 달에 평균 88만원을 받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신어가 바로 '88만원 세대'다.
그런데 이 88만원 세대가 아예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하나의 사회계층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일자리 나누기 운동은 중소기업계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마저 연봉을 깎게 되면 대졸 초임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깎인 임금이 2~3년 후 회복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회복된다 해도, 그간의 연봉 격차로 인해 이번 대졸 신입들의 경제력은 기존 직원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들이 이번 운동을 저임금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같은 현상에서 우리는 금모으기 운동이 결국 실패로 끝났던 원인을 떠올려 봐야 한다.
서민들이 금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을 동안 일부 도매상들을 밀거래되는 금을 매집해 무역회사에 판매하고 이득을 챙겼고, 부유층들의 금은 결국 금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재주는 서민이 넘고 이득은 기득권층이 챙긴 것이다.
금모으기 운동도 소용없이, IMF외환위기 이후 심해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사회 초년생들이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현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금모으기 운동의 장점은 버려둔 채, 향후 계층 갈등과 기업의 이익만 확대하는 단점만 닮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금처럼 '상명하달' 방식이 아닌 진정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일자리 나누기가 시작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노동계 관계자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일자리 나누기가 정리해고보다는 나은 차선책이다. 다만 거기에는 노사간의 신뢰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뢰를 바탕으로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한 기업이 지금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지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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