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정기국회 이틀째인 2일 국회는 김황식 감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 청문회를 개최했다.
정기국회 시작 전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는 각각 연찬회를 갖고 정기국회에서 혈전을 예고한 터라 첫 청문회에서 여야간 힘겨루기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치열한 공방보다는 김 후보자에 제기된 논란에 대해 질의응답이 이뤄졌고,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에 제기된 '감사권 남용 의혹', '현직 대법관 사퇴 배경', '병역 면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공세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의심점을 발견하지 못해 번번이 불발로 끝나버렸다.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두둔하면서 감사원의 KBS 감사 문제 등의 당위성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하고 나섰을 뿐 야당 의원들과 마찰은 일으키지 않았다.
이는 김 후보자가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대법관 후보자로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받은 바 있는 만큼 당시 여당이었던 야당이 공세적 자세를 취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당소득공제 의혹…김황식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이날 김황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김 후보자의 '부당 소득공제'와 '감사원 감사 남용 의혹'을 문제삼았다.
백 의원은 "김 후보 자녀가 대학원을 다닐 때 교육비 700원을 공제받은 적이 있다"며 "대학원 학비는 공제가 불가능하다"고 공세적인 자세로 몰아붙였다. 그는 또 "법을 생명처럼 소중히 생각하는 대법관으로선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이유를 추궁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즉각 자신에게 제기된 '부당 소득공제'를 시인하고 나서자 고조된 분위기는 일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김 후보자는 "대학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대상이 안된다는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에 백 의원의 "부당 공제받은 공제금을 반납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반납하겠다"라고 답하자, 백 의원은 공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감사원 감사권 남용 의혹'에 대한 의혹도 도마에 올랐으나 쟁점화되지 못했다.
백 의원은 "7월 7일 김 후보자 내정 이후 9일 감사원의 특별조사팀이 파견돼 직업방송사 선정과 관련해 산업인력관리공단 감사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또 "직업방송 입찰에 탈락한 일자리방송 회장이 김 후보자의 사돈이고, 일자리방송의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는 일진그룹 회장은 후보자와 매형 관계"라며 "감사원이 공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지 불과 한달 후 전격적으로 조사팀이 파견된 것은 이례적이고 업무보고 하루만에 조사팀이 파견된 것은 부당감사 지시 정황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말도 안된다'며 강력 부인했다. 김 후보자는 "7월 7일 감사원 인사들이 보고를 하러 왔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대법관이 대법원 사무실에서 '이런 사안이 있으니 조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든 정황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이 내용에 대해 감사원은 7월 3일 첩보를 받았다고 했다"며 "초기에 감사원에서 일상적인 업무의 일환인 것으로 확인했고, 인적 관계가 문제가 된 것을 알고 자제를 시켰다"고 말했다.
◆야당, 김 후보자 뇌물죄·병역면제 의혹 공세도 '불발'
이어 백 의원은 김 후보자가 친 누나들로부터 2억원을 차용한 사실을 언급하며 "김 후보자가 지난 93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재임시 이자나 변제가 약정되지 않은 금액을 차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판결한 적이 있다"고 문제를 삼았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제가 고위공직자로서 품위 있게 딸의 혼사를 치르고 공직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게 하기 위해 누나 동생 간의 정으로 빌린 것"이라며 "대법관 퇴임 후 퇴직금으로 갚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의 이같은 해명에 백 의원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김 후보자가 74년부터 약 34년 간 법관을 지냈는데, 재산으로는 서초동 자택 외에 거의 없다"며 "딸 출가를 위해 누나들한테 돈을 빌린 것은 그 만큼 법관 생활을 청렴히 했기 때문이라는 것 아니냐"고 김 후보자를 옹호하기도 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김 후보자의 병역면제 의혹을 집중 추궁했지만 불발로 끝나 버렸다.
양 의원은 "김 후보자가 병역을 고의로 기피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있다"며 "72년 신체검사에서 양쪽 눈의 시력차로 군 징집면제 판정을 받았는데 2년 뒤인 74년 법관 임용을 위해 실시했던 채용신체검사서에서는 교정시력이 좌우 0.5, 나안시력이 좌 0.2, 우 0.1로 양쪽 시력의 차이가 1디옵터 밖에 나지 않아 충분히 현역병 대상이다. 법관에 임용되자마자 시력이 엄청나게 좋아진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추궁했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도 "72년도 후보자가 양쪽 시력이 7디옵터 차이가 난다고 했는데 74년 신체검사에서는 0.1, 0.2로 나왔다. 무슨 조치를 했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임관신체검사의 경우 대충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기계적으로 정확한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대법관-감사원장 중 택하라면 대법관 택하겠다"
이날 김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사임하고 대통령의 감사원장 임명을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 야당의 추궁이 이어졌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후보자는 2005년 11월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괜찮은 대법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며 대법관을 사임하고 감사원장 제안을 수락한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대법관직은 나름대로 명예롭고 보람있고, 익숙해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인 만큼 지금이라도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선택하라면 대법관을 택하겠다"라며 일각의 의혹을 일축한 뒤 "대통령을 얼굴 한 번 스치듯 본 것 밖에 없다. 국가의 부름에 나 편하자고 물리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감사원장 제의 수용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저는 희생한다는 각오로 (감사원장을)택한 것이지 더 높은 자리로 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허투루 생각하고 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3년간의 대법관 임기가 남았지만 4년의 감사원장을 받아들인 것은 그 자리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김 후보자)소신에 의해서 이 자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라며 "1993년 이회창 대법관의 경우에도 대법관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감사원장에 취임한 사례가 있다"고 김 후보자를 거들었다.
유 의원은 "(김 후보자 감사원장 지명은)국가 원수로서의 지휘에 의해서 임명한 것"이라며 "현직 대법관으로 있는 분을 감사원장으로 지명한 것이 위헌의 소지는 없다"고 옹호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도 "감사원장을 임명하는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 아닌 국가원수의 지위를 갖고 있다"며 "법리상으로 사법권 침해나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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