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정국'이 시작됐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부터 24일까지 국회 현안질의에 참석한다. 독도 분쟁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발생으로 시선이 분산됐지만,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 정책은 이번 현안 질의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루 전 발표된 경제 · 경영학자 118명의 '강 장관 경질 공동 성명'은 국무회의를 마치고 오전 10시 국회로 향하는 강 장관에게 부담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1일 오전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경질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 기자 회견을 열고 "강 장관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단기 정책을 펴 경제 혼란을 자초했다"며 "이미 시장 신뢰를 잃은 강 장관을 경질하고, 경제 수장을 교체해야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원 전부터 강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언급해온 민주당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민주당은 상반기 고환율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외환 시장 개입 우려, 최중경 前1차관 대리 경질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 9일 "강만수 장관은 환율정책 등의 구체적인 실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정책 기조를 잘못 잡아 경제를 어렵게 만든 책임이 있다"며 "다른 야당과 협의를 통해 해임건의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내에서도 강만수 경제팀을 향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언급이 이어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긴급현안질의를 앞두고 "총리와 관계 장관이 진땀 흘릴 것"이라며 "기획재정부 장관도 혼날 준비해달라"고 했다. 앞서 친이(親李) 계파의 수도권 실세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장관을 대신한 차관 경질은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중경 前 1차관의 대리경질을 비판했다. "정책기조가 바뀌면 그것을 잘 일궈내고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책임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7.7 개각에서 구사일생한 강 장관 경질을 압박하는 발언이다.
설 자리가 좁아 보이는 강 장관. 그러나 송곳 질의에 대비한 나름의 방어 논리는 준비돼있다.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거센 비판에 강 장관은 그간 "고환율 정책을 드러내고 지지한 일이 없다"며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말해 왔다. 달러화 약세와 유가 급등, 미국의 금융 위기, 경상수지 적자 등이 환율을 끌어 올렸을 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한 일이 없다는 주장이다.
급등하는 환율을 잡을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환율 급등은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결제 수요가 늘어 유도된 일이라는 설명이다. 즉, 제어할 수 없는 외생 변수가 야기한 상황인 만큼 경제팀의 대처 방안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반론이다.
호의적인 대내외 경제 환경도 우군이다. 국제 유가가 한 주 사이 10% 이상 떨어졌다. 어제 증시는 하루 사이 50포인트 이상 반등했다.
유가와 증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변인이지만, 호의적인 경제 환경은 강 장관에게 '할 말'과 '내놓을 전망'을 더해줄 수 있다.
지난주 세계 경제 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에 따라 국제 유가는 급락을 거듭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매매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 당 129.29달러까지 떨어졌다. 배럴당 130달러 이하의 가격은 6월 5일 이후 처음이다.
21일 국제 유가는 멕시코만 지역 허리케인 피해 전망과 이란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폭 반등했지만, 배럴당 150달러에 임박하던 두 주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된 모습이다. 이날 WTI 8월 인도분 선물은 전일대비 2.16달러 오른 131.04달러를 기록했다.
22일 개장 증시는 국제 유가 상승과 미 증시 하락 여파에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하루 전인 21일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52.93포인트(3.51%) 급등해 단숨에 1562.92까지 올라섰다. 코스닥 지수도 8.72포인트(1.67%)올라 531.25에 거래를 마쳤다.
뜨거운 공박이 예상되는 국회 재정부 현안 질의에서 강 장관이 '존재의 이유'를 밝힐 수 있을 것인가. 국민들은 바로 여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박연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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