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마지막 날인 30일 과천정부종합청사 앞. 오전 8시를 갓 넘긴 시각, 전경들이 전진배치되기 시작했다. 전경차 40여대가 청사를 에워쌌다. 진입로에선 엄격한 출입통제가 시작됐다.
같은 시각 청사 앞 운동장에는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원 3천여명이 속속 집결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지부 사업장 소속 400여대의 전세버스가 몰려들었다. 전세버스 조합 설립 후 최초다. 유가보조금 지급과 전세버스 사업 등록제 전환이 요구 사항이다.

정부는 그간 버스와 화물차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해왔다. 하반기 가격상승폭에 따라 추가지원할 예정이다. 연안화물선과 농어민 이용 차량도 하반기부터 버스와 같은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전세버스업은 관광 사업으로 분류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공성에서 우선순위가 뒤쳐진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시위대도 경찰도 "유가가 무서워"
뙤악볕 아래 4시간. 정오를 넘기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세워둔 버스 그늘 아래 삼삼 오오 모여들었다.
밥차가 들어왔다. 도시락 배달이다. 현장에 배치됐던 경찰들도 시위대 옆에 자리를 잡았다. 시위대도 경찰도 쉬는 시간. 계급장 뗀 속엣말이 오갔다. "아 덥지도 않으세요?" "먹고 살려면 어째요." "그래도 사장님들 아니에요?" "반년째 한달에 천 만원씩 까먹어요." "하긴, 경유가 오르긴 무섭게 올랐지요." 경찰도, 시위대도 치솟는 기름값이 무섭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오전내내 운동장을 울리던 민중가요 대신 '고속도로 트로트'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때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금 밥들이 넘어갑니까?" 경기도지부 소속 한 사업주의 목소리였다. "국회로 갑시다. 우리가 왜 시간을 버리고 제주도에서까지 비행기타고 와서 여기 앉았습니까. 한 달에 몇 천만원 씩 앉아서 손해를 보면서 쉴 시간이 어디있어요?"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시위대와 경찰이 다시 대오 안팎에서 마주섰다. "보조금을 지급하라! 등록제로 전환하라!" 구호가 터져나왔다. 배경음악이 어느새 민중가요로 바뀌었다.

◆"경유값 1년새 두 배"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사실상 대중교통 역할을 하고 있는 전세버스 사업의 현실을 잘못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뉴지구촌관광여행사 김복동 대표는 "관광사업은 주5일제와 자가용 보유대수 증가로 사실상 고사한지 오래"라며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기업체 통근 버스나 대학 통학 버스 운영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버스나 화물차처럼 공공적인 성격을 띈다는 주장이다. 그는 "차량 한 대에 기름을 가득 채우면 이제 80만원이 든다"며 "불과 1년새 연료비가 두 배나 올랐는데, 정부가 전세버스업자들의 사정을 모른체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서울 지부 소속 한 사업주는 "1993년 전세버스 운송사업이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사업자는 폭증하고 기름값은 10년새 4배나 뛰었다"며 "적자 운행 반년에 전세버스만 차별하는 건 죽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재정부 "어려운 건 알겠는데"
유가보조금 지급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유가가 폭등한 만큼 당초 사업 형태에 관계 없이 가능한 모든 차량에 유가보조금 지원을 계획했으나,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노선버스는 요금 책정에 정부가 어느 정도 관여하지만, 전세버스의 경우 버스나 화물차에 비해 공공성이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관계 부처들의 판단"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는 세수만 줄일 뿐 기대 효과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경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나 보조금 지급은 현실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후 3시까지 진행된 이날 집회 현장에는 23개 중대 2천여명의 경찰이 배치됐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묘책이 없고, 사업주들의 불만은 증폭돼간다. 시위대는 "정부가 대답을 내놓지 않는 이상 여의도에서 다시 보게 될 것"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박연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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