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광우병 논란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출범 2개월을 갓 넘긴 이명박 정부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른바 '광우병 쓰나미'는 안전성과 인체 위험성 여부라는 본질 문제를 넘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민란'(民亂)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9일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광우병 안전성 논란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의 94%가 인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영국과 미국인보다 감염 가능성이 두세 배 높다"는 내용을 방영해 이를 본 국민들의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한 정치학자는 "대통령 방미와 함께 화두로 떠오른 광우병 이슈는 대통령의 쇠고기 발언에 대한 야당 및 축산업자들의 반발로 이어졌다"면서 "청문회를 앞두고 진정국면을 보였던 광우병 사태는 한 공중파 방송의 안전성 문제 점검 프로그램 이후 정치공방과 인터넷 여론형성 과정을 거치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일 "광우병으로 인해 사회불안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실상을 정확히 알리라"고 정부와 여당에 지시했지만 야권과 시민단체, 네티즌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靑 "정치적 논리, 사회불안 증폭 안 돼"
파문이 확산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팔을 걷어 부쳤다. 이 대통령은 2일 오전 강재섭 한나라당 당대표와의 조찬 회동에서 "광우병과 관련해 국민들이 안심하도록 실상을 정확하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 문제가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해서 사회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16개 시도지사 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이 처음인 것으로 국민들이 착각하고 있다"면서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돼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은 광우병 사태의 파장이 예상 외로 커진데 대해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정면 돌파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일각의 광우병 관련 여론 몰이는 상당히 정치적인 논리가 깔린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광우병 논란을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이 대변인은 또 "소가 100만마리 가량 있다고 추산되는 일본에선 광우병이 30여건, 1억 마리가 있다고 추산되는 미국에서는 3건 발생했는데 그 중 1건은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였다"고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이 대변인은 또 "쇠고기 수입을 개방한 게 아니라 재개한 것"이라며 이 문제가 이전 정권때부터 진행돼 온 사안임을 강조했다.
◆黨 "국민에게 공포심, 바람직하지 않아"
한나라당에도 '광우병 쓰나미'가 밀어닥쳤다. 한나라당은 광우병 논란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라며 논란을 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지나친 광우병 공포감 조성이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을 통해 퍼지고 있다"면서 "광우병을 걱정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과장되게 확대 재생산해서 국민에게 공포심을 갖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이 확산된다는 거의 선동에 가까운 주장은 국민을 정신적 공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미국 유학생이나 재미교포들이 수백만명이 넘는데, 이런 분들이 미국산 쇠고기 먹지만 한분도 광우병 걸린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언론에서도 광우병에 대해 보도할 때 가려서 보도했으면 하고, 정부도 (광우병 괴담이) 유포되고 생산되는 것을 보고만 있지 말고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문제가 해소된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광우병 괴담은 비 오는 날 벼락을 맞을 수 있으니 외출하지 말라는 황당무계한 말과 같다"면서 "쇠고기 수입 반대로 반미와 반정부, 반이명박 투쟁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국민의 불안을 볼모로 삼은 야당의 정치적 술수는 당장 중지돼야 한다'며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도 차단막을 쳤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국회 상임위 발언이나 일부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이 확산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이 같은 주장들이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광우병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방영됨으로써 광우병 공포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는 결국 젤리나 피자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리고 화장품 생리대 기저귀 등에도 소의 일부가 쓰이기 때문에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괴담 등으로 둔갑되어 나라 전체가 온통 광우병 신드롬에 신음하고 있다는 것.
한 당직자는 "정부는 시중에 떠도는 온갖 광우병 관련 루머에 대한 올바른 대국민 홍보와 대응책 마련으로 국민을 광우병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며 "어떤 경우라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먹거리가 검증되지 않은 채 국민에게 마타도어처럼 유포되거나 정치적 볼모로 이용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6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갖고 광우병 종합대책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처리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2일 오후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지나치게 과장된 광우병 여론 왜곡에 대해 실상을 알리고 국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광우병 쓰나미는 야당과 시민단체, 네티즌, 반개방론자들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어 정권 차원의 조기진화 여부가 향후 파문 확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영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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