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서울 천주교 제기동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주최한 '삼성 비자금' 관련 기자회견에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직접 자리해 입장을 밝혔으나, 지금까지 공개된 것 이외에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특히 당초 공개하기로 했던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의 재산 불법축적과정에 대한 삼성의 내부 문건도 '문건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삼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 대해 모든 진술을 조작했으며 저도 그 일에 관여했다. 공범으로 처벌을 받을 순간이 왔다"고 밝혔지만 그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공개'란 단서를 달았다.
삼성 비자금에 대해서는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다. 삼성은 설, 추석, 여름휴가 등 1년에 3회씩 5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정기적으로 뇌물을 돌렸고 현직 검사 중에도 뇌물을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또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 "핵심보직임원, 간부사원 모두 가지고 있다"며 "삼성 내부에선 차명계좌 자체가 승진의 징표이자 조직이 나를 믿는다는 훈장이라고 자랑스레 여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국정원, 청와대 쪽 비자금 명단 ▲불법 대선자금의 구체적 내용 ▲'떡값' 받은 최고위 직책 검사 명단 등의 질문이 오갔으나 김 변호사와 사제단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미뤘다.
한편 김 변호사는 회한에 젖은 듯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죄인으로서 속죄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삼성에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의 실수였다.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지만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 검찰을 비롯한 모든 법조계 인물을 관리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자수할 것이라고 밝힌 뒤 "조직 동료를 배신한 사람이라 욕해도 좋다. 재벌이 사법체계를, 우리 사회를 더이상 오염시켜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5평가량 되는 공간에 약 250여명의 기자들이 모이는 큰 혼잡이 벌어져 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가 취재진에게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상고심이 진행 중인데 어떻게 이재용 상무에게 불법, 탈법으로 증여가 됐는지.
김 변호사 : "그 건은 1996년도 말에 진행됐고 저는 1997년 8월에 입사했다. 제가 입사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제가 법무팀에 있을때 수사를 받았고 변호사들을 지휘하면서 수사에 대응했다. 아직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밝히겠다. 단, 많은 진술과 증거들이 조작된 것은 확실하다."

- 김 변호사가 법무법인 서정 퇴직 후에 법인카드로 4천8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한 사실에 대해 해명해 달라.
김인국 신부 : "지엽말단적 부분에 관심 쏟지 말아 달라. 달을 봐야지 손톱을 보지 마시라.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 오늘 오전 삼성측의 반론을 읽어봤나.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김 신부 : "이재용 전무의 불법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삼성 내부 자료가 있다. 추후에 설명드리겠다."
- 오늘자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면 검찰 명단 뿐만 아니라 언론사 문제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 : "질문자께서 몰라서 묻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보다 잘 아시는 것 아닌가."
김 신부 : "특정 문건이나 회장의 지시사항 등 일반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평범히 넘길 것도 여러분들이 다 아실텐데 국민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너무 지엽적이라서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본질에서 멀어지는 건 (언론사 측이) 알아서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란다."
-사제단은 삼성 측을 고소 고발 할 계획이 없는지.
김 신부 : "저희는 용서를 하는 사람이지 남의 허물을 고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점 알아주셨으면 한다. 한편 범대위는 뜻있는 시민단체나 학계 중심으로 구성해 이 문제를 다룰 것이다. 사제단은 우리 정신에 따라 독자적으로 얘기하겠다."
- 사전에 공개하기로 한 삼성의 내부 문건을 공개해달라.
전종훈 신부 : "(기자들이) 많이 올 줄 상상하지 못했다. 김 변호사가 문건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오늘은 공개하지 않겠다. 이것은 약속한 부분이니까 조만간 공개하겠다.
우리도 국민들이 염려하시는 것처럼 삼성을 염려하고 있다. 삼성이 가진 기술력과 경영능력이 빛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시라. 이번 사건이 삼성의 위기가 아니라 삼성이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마음을 모아달라. 이 문제 관심있는 모든이들에게 호소드린다다. 겁을 내지 마시라. 겁내지말고 진심어리게 참여하면 모든 용기가 한 데 모아질 것이다."
/정병묵기자 [email protected], 사진=류기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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