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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민주주의] 지상파 콘텐츠 독점 체제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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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약화돼도 우위 계속

"누구든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ent-to-end principle)"는 인터넷에 대한 또다른 위협은 콘텐츠 저작권 문제다. 특히 콘텐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영향력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에서의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상당히 제약하고 있다.

지난 7월 위성DMB 사업자 TU미디어는 MBC와 계약을 맺고 지상파DMB 채널인 'MY MBC' 채널을 수도권 지역에 재송신하겠다며 방송위원회에 승인 신청을 냈다.

방송법에 따르면 공휴일을 제외한 60일 이내에 승인 심사를 내줘야 하지만 방송위는 두 달 이상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승인 시한을 올 12월 초까지 연장했다. 지역민방과 지역MBC를 주축으로 하는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들이 극렬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출범 2년이 넘었지만 겨우 가입자 126만명에 그치는 등 가입자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TU미디어로서는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될 만한 지상파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상황.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의 반대 때문에 이마저 녹록치 않다.

지상파의 콘텐츠 파워는 이미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서 '지상파 콘텐츠=시청률 보증수표'라는 공식으로 성립돼 있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에서 채널을 운용하는 지상파 계열 프로그램공급업체(PP)들은 본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면서 시청률 5위권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스카이라이프는 출범 후 지상파 재송신까지 3년이 걸리면서 초기 가입자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몇 년간 주요 포털, 웹하드 업체, 파일공유 서비스 업체들과의 저작권 분쟁에 힘을 쏟고 있다. 지상파 콘텐츠가 다른 뉴미디어 업체들의 수익 기반이 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일부 업체에서는 저작권의 유연한 적용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 콘텐츠 유통을 허용하더라도 일차적인 관문은 방송사여야 하며, 수익 모델 역시 방송사와의 협의 하에 결정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동영상 포털 업체의 '5분 인용권' 주장에는 반대하고 있으나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5분내 퍼가기' 서비스는 허용하고 있다.

현재 법제화가 진행중인 IPTV나 TV포털 서비스에서도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은 변함 없이 강력하다.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들은 지상파의 드라마와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기 위해 수십 억원을 콘텐츠 계약에 쏟아붓는다.

◆'지상파 콘텐츠의 독점적 지배력 전이 막아야' 주장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의 독점적 영향력이 속속 등장하는 뉴미디어의 성장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위성DMB가 무료 지상파 콘텐츠를 기반으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그동안 무료로 실시간 재전송을 했던 케이블과 위성방송에 HD방송은 유료로 제공할 의향을 밝히고 있다.

방송위는 지상파 채널 중 KBS 1TV와 EBS는 IPTV에 무료로 실시간 재전송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최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무료 지상파 재송신은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즉 지상파 사업자의 콘텐츠 부문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플랫폼 부문에까지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던 지상파 방송이 유료방송을 견제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지상파 사업자들은 '유료방송과의 경쟁 때문에 보편적 서비스 제공에 위기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난시청 해소 ▲오는 2012년까지 디지털 방송 전환 완료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

실제 지상파방송의 시청률은 지난 2002년 37%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6년에는 32.4%까지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동안 케이블TV의 시청률은 5.3%에서 11.8%까지 상승했다. 광고수익 면에서도 케이블 광고 시장이 매년 20%~30%씩 고속 성장해 지난해 7천억원 규모로 늘어난 반면 지상파 사업자들의 광고수익은 계열 PP들의 광고수익을 제외하면 2003년 이후 감소세다.

KBS가 이번 정기국회에 TV수신료를 2천500원에서 4천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고 '광고 수익 기반의 공영방송 재원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MBC가 중간광고, 멀티모드서비스(MMS : 아날로그 채널 주파수(6㎒)를 쪼개 지상파 방송사가 가용할 수 있는 채널 수를 늘리는 것)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보는 것 모두 재정적 위기 타파를 위한 주장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의 이러한 재정적 위기가 곧 지상파의 콘텐츠 파워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 채널 자체의 매력은 떨어지고 있을지라도 케이블, 위성, IPTV, DMB 등 유무선을 막론한 각종 뉴미디어 플랫폼에 미치는 지상파 콘텐츠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여전하거나 오히려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시장에서의 지상파 영향력 전이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J미디어, 온미디어 등 대기업 계열 PP들은 자체제작 비율을 늘려 유료방송의 콘텐츠 파워를 키우고 있으며, 종합편성PP를 추진하는 '오픈TV' 진영은 시청자가 직접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는 방송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향후 융합 미디어 시장은 '네트워크-플랫폼-콘텐츠'라는 수평적 규제 체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다시말해 통신과 방송, 인터넷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공정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부문의 독점적 영향력이 다른 부문까지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콘텐츠 부문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물론 지상파가 장악하고 있는 콘텐츠의 독점력을 완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콘텐츠는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사회문화적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강제적으로 수십 년간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지상파 영향력을 한꺼번에 배제해서는 안되고 할 수도 없다. 이미 익숙해진 콘텐츠가 시장에 유료서비스에 들어가면 무료 서비스 시장이 죽으니 다른 방송이나 뉴미디어에는 전송되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이 곧 '지상파 방송'을 의미할 때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뉴미디어가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에 지상파는 여러 플랫폼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지상파도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을 게 아니라 잘할 수 있는 부문을 특화시키기 위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상파 사업자들은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특화된 경쟁력을 발전시켜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며 "지상파의 위기를 논의하는 지금 시점이 지상파 사업자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1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개막한 2007 세계공영방송총회(PBI)에서도 콘텐츠 유통을 둘러싼 공영방송의 혁신이 다뤄졌다.

노르웨이 NRK의 국제국장 토미 한센은 “NRK의 경우 2001년에 '영원히 뭔가를(Something for Always)'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공영 방송도 시청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터넷이든 모바일이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헐 몰 네덜란드 NPB 뉴미디어 본부장은 "이제 소비자들이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같이 제작하고 재창조하는 단계가 됐다"면서 "사용자제작콘텐츠(UGC)에 기여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연기자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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