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사용자 데이터베이스(DB) 기반의 악성코드검사 시스템을 탑재한 제품이 나왔다는 자료를 받고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앳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자신을 코어프레스드(www.corepressed.com) 오규석 대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오 대표의 목소리는 왁자지껄한 잡음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와의 통화를 방해한 것은 수업이 막 끝나고 쉬는 시간을 맞은 여느 교실에서 들릴 법한 소리들이었다.
이어지는 오 대표의 설명을 통해 이내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오규석 대표는 1993년에 태어나 올해 동인천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14세 '소년 사장'이었던 것이다. 바로 인터뷰 약속을 잡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그는 생각보다도 더 '어려' 보였다. "인터뷰는 해보지 않아 쑥스럽다"고 말문을 연 그의 이야기가 자못 궁금해졌다.
◆"보안4.0 대표하는 제품 만들 것"
그가 보안 회사 '코어프레스드'를 설립한 것은 지난 3월. 보안 제품인 '스파이포스'로 지난해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인천 지역 부문 1등, 전국 부문 은상을 수상한 경험이 회사를 설립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세무서에서 기초 서류를 작성한 뒤 사업자등록을 신청했는데 심사 기간 마지막 날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어요."
법적으로 미성년자라는 것을 안 담당자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것 저것을 물었다. 14세 소년이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영 미덥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오 대표는 그런 경험들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던 가 보다. 그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차리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설립 사실이 알려지자 주위에서는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들 사이에선 '14세 빌게이츠'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도 '휴대폰'을 받을 수 있는 특혜를 얻을 수 있었다. 간혹 외부에서 급히 찾는 전화벨이 울리면 양해 하에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7세 때 부모님이 구해주신 빌게이츠 자서전을 읽었어요. 컴퓨터라는 새로운 분야에 눈뜨게 된 계기가 됐죠."
초등학교 6학년 때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그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는 하루 평균 5~6시간씩 컴퓨터와 씨름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바이러스와 악성 코드 치료 방법을 고민하다가 국내 제품 대다수가 바이러스를 치료할 때 해당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정보에만 의존해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용자가 직접 DB를 추가·수정·삭제해서 검사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이후 그는 1개월 만에 악성코드와 바이러스 검사 프로그램인 'RProtect S7'을 완성했다. 이어서 4개월 동안 컴퓨터와 씨름한 끝에 사용자가 진단·검사 방식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플릭스스마트시큐리티1'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한글·영문판으로 모두 출시돼 현재 4천명이 넘는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으며, 국내보다는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오 대표는 "기존 온라인 기반 검사·평가제도의 한계를 벗어나 온라인 웹과 오프라인 소프트웨어를 포괄하는 '보안 4.0' 제품으로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곧 '플릭스스마트시큐리티1' 제품과 연동이 가능한 웹서비스 '라이트트랙(Lightrack)'을 출시할 예정이며 이외에도 USB를 이용한 통합보안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를 만들고 난 후 어려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졌다"고 말한다.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용자 의견과 블로그에 올라오는 이용자 의견을 수시로 모니터하는게 습관이 됐다는 그는 간혹 불편사항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밤새워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츰 수익모델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진지하게 말했다.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 꿈꾼다

"'일단 팔고 보자'는 경영 방식은 싫어요. 편의성을 우선으로 한 제품으로 사용자에게 인정 받고,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보안 회사로 크고 싶습니다."
그가 회사 이름을 '코어프레스드'로 붙인 것도 이런 생각이 그대로 묻어 있다. 사용자 중심의 벤처 회사, 사용자가 원하는 중심핵(Core)을 파고드는(Pressed) 업체를 지향하기 위해 '코어프레스드'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단순히 사업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차원을 넘어서게 됐어요. 어떻게 운영할 지 배우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제품개발, 웹디자인, 홍보 등 모든 분야를 직접하고 있다는 오 대표는 분야를 막론하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시만텍 등 글로벌 기업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제품 홍보를 위한 가이드북을 읽고 있는데 꽤 흥미롭다"고 말하는 그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한국에 구글 같은 기업이 있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지 않나요? 이제 시작입니다."
소년 티가 물씬 풍겨나는 14세 경영자 오규석 CEO. 험난한 비즈니스 세계에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14세 사장'의 활약이 기대된다.
/서소정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