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는 지난 달 1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공청회'를 열었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해 업계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문화부는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 기준을 시간당 투입금액 4만5천원, 시간당 경품 한도액 20만원으로 제시했다.
아케이드 게임 업계는 그렇게되면 월 1천만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해 업계가 줄 도산하고, 결국 음성적인 불법 영업이 판을 치게 될 거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지만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며 "이 안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한 후 제시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공청회 후 두 달이 지난 어제 문화부는 시간당 투입 금액을 1만원으로, 경품 한도액을 2만원으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문화부의 안이 불과 두 달 만에 투입 금액은 9분의 1로, 경품 한도액은 10분의 1로 줄어들어 버린 것.

물론 사행성 게임에 대해 주무 부처인 문화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그 대책이 공청회 후 두 달 간 심도있는 논의 후에 나온 것이라면 금액의 차이에 관계없이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부의 발표 안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연일 떠들어대는 언론과, 정치권에서의 움직임에 눈치를 보다 부랴부랴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안을 내놓은 것처럼 보인다.
경품 한도액을 1만원으로 정한 기준에 대해 문화부 위옥환 문화산업국장은 "통상 일반인들이 놀이공원, 극장 등 문화공간에서 즐기는 돈을 한 시간에 1만원 정도라고 보면 그 정도는 도박이 아닌 오락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두 달 전 문화부에 조언을 해 준 전문가 중 다수는 일반인들의 문화생활에 지출액을 시간당 9만원으로 생각했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이 나온다.
경품용 상품권 폐지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경품용 상품권은 지난 2002년 문화부가 성인용 오락실의 문화산업 진흥을 돕는다는 취지로 허용한 사안이다. 결국 이번 발표안으로 문화부는 4년 전의 정책이 크게 실패했음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 되어버렸다.
또한 아케이드 업계와 상품권 발행사의 줄 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문화산업국 담당자는 "이제 대책을 마련해 나갈겁니다"라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충분한 논의없이 졸속으로 상품권 폐지를 결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임등급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문화부는 늑장 처리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공청회에서 문화부는 게임등위의 구성에 대해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원칙 외에 세부 사항은 빠른 시일 안에 정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도 문화부는 10명의 위원을 두겠다는 것 외에 세부적인 운영 방침에 대해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PC방을 등록제로 바꾸면 과연 사행성 PC방을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문화부는 지난 2001년 말 성인오락실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이후 성인오락실은 2005년 말에 1만5천여군데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등록제가 사행성 게임 단속에 별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조광혁 사무국장은 "소수의 공무원들로 수 많은 사행성 게임장을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성인오락실에서 드러난 것 아니냐"며 "일부 사행성 PC방 단속을 위해 전체 PC방을 등록제로 바꾸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윤태석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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