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를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실명제에 찬성하는 쪽은 지방선거 때의 '댓글 실명제' 운영 경험과 호의적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명제 실시를 압박하고 있다.
찬성 진영의 공세에 불을 지핀 것은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 이 의원은 다음달 초 발의할 예정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실명확인 의무 및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인터넷 실명제법)안'에서 정부기관, 정당, 신문사, 방송사, 포털 등 주요 사이트를 실명제로 운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명제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반대 진영은 "국가가 일률적이고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전개될 논쟁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찬성 진영 "지방선거 때 문제 없었다"
이상배 의원을 비롯한 실명제 찬성론자들은 실명제 실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지난 지방선거 때 실시된 '댓글 실명제'에 대한 반발이 적었던 점을 중요한 논거로 꼽고 있다. '민중의 소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긴 했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언론사들은 결과적으로 실명제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론 조사는 실명제 찬성 진영에 고무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상배 의원실이 한국갤럽에 의뢰, 지난해 12월 전국 20세 이상 남녀 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88.6%가 사이버 폭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87.1%가 사이버 폭력 예방을 위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찬성했고 86.2%는 실명제가 사이버 폭력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실명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셈이다.
이상배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게시판을 이용할 때만 실명 확인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일시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며 "글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개인정보를 장기간 통째로 제공하면서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사이트들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명확인을 위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마련했다"며 "신고 포상금 제도도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게시글을 작성할 때에는 자신의 실제 이름을 거는 것이 아니라 별명(닉네임) 등을 사용할 수 있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국가가 실명제 강제해도 되나"
반대 진영 주장의 '방점'은 실명제 자체가 아니라 국가에 의한 강제 실명제를 반대하는 쪽에 찍혀 있다. 실명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실명제는 필요에 따라 할 수도 있는 제도"라며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해당 웹 사이트가 스스로 할 일이지 국가가 일률적으로 지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인터넷 공간은 신문이나 방송 같은 편집 절차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거친 표현이 있을 수 있으며 만약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번 법안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오 활동가는 실명제 찬성 입장이 두드러지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실명제 자체가 아니라 국가에 의한 강제적 실명제를 찬성하는지 물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욕설 댓글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국가에 의한 실명제 실시로 직접 연결 짓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며 "실명제 실시 여부와 방식, 수준은 해당 커뮤니티가 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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