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질주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럽연합(EU)이란 복병을 만났다.
5년여 동안 반독점 관행을 조사해 왔던 EU 집행위원회가 강경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MS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AP통신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EU는 24일 MS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분리' 명령 땐 치명적
MS는 반독점 역풍을 먼저 맞았던 미국 시장에서는 비교적 연착륙에 성공했다. 법정 공방이 지리하게 계속되는 가운데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문제가 됐던 이슈들이 상당 부분 해소돼 버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위원회EC)는 녹록하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C는 MS에 대해 4억9천700만 유로(6억1천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미디어 플레이어를 제거한 윈도 출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MS의 비즈니스 관행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자가 괴멸된 상태에서 뒤늦게 시정조치를 취했던' 미국 시장과는 사정이 다른 것.
MS는 오디오, 비디오 플레이어 시장에선 현재 유력한 경쟁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주피터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조 윌콕스 역시 "EU의 판결은 미디어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내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528억 달러 상당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MS에겐 6억 유로 가량의 벌금은 큰 문제가 아니다. 서민들이 '주차 위반 티켓' 정도의 충격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윈도에서 미디어 플레이어를 제거하도록 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경우에 따라선 신규 유망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 구도 큰 변화 예상
닐슨/넷레이팅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네티즌 중 MS의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사용자는 약 34% 정도. 경쟁업체인 리얼네트웍스의 리얼미디어 사용자가 20%이었으며, 애플의 퀵 타임은 9%를 기록했다.
이는 브라우저 전쟁과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브라우저 전쟁' 당시 미국 법원이 MS가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판결하긴 했지만, 그 때는 이미 경쟁업체인 넷스케이프는 사실상 힘을 잃은 뒤였다.
MS가 넷스케이프를 인수한 아메리카 온라인(AOL)과의 '브라우저 전쟁'에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유럽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은 다르다. MS가 EU의 판결대로 미디어 플레이어를 제거한 윈도 버전을 내놓게 될 경우엔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MS로선 사용자들에게 자사 미디어 플레이어를 인터넷에서 다운받도록 독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엔 리얼네트웍스를 비롯한 경쟁업체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사실상 '윈도 프리미엄'이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MS가 하루 아침에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에서 몰락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MS란 브랜드 이미지가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윈도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과시했던 MS. 하지만 예상 외로 강경한 EU의 반격에 밀려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에선 '독식' 야심을 접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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