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업 활동 올스톱, 경제도 탄핵인가
2016.12.14 오후 4:16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맞아 결국 대통령 탄핵안이 압도적 찬성 속 국회를 통과했다. 갖가지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시비를 가려야 하는 책무와 시대적 소명은 비단 정치인만의 몫은 아니다. 성난 민심은 제대로 된 의혹 규명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엄혹한 상황이다. 그만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우리 경제의 컨트롤타워 역시 문제없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광장의 민심을 차기 대선에 이용하려는 얄팍한 정치 셈법, 때만 되면 만만한 기업인을 희생양 삼으려는 구태로 자칫 이번 최순실 사태가 국정은 물론 국가안보에 경제까지 탄핵정국으로 휩쓸 형국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를 둘러싼 국가 안보와 경제 상황은 너무도 엄중하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과 일본은 신 밀월시대를 맞을 판이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과 보호무역주의 예고 속 중국은 우리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공공연한 무역보복에 나서고 있다.

당장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금 같은 혼란이 이어질 경우 1%대,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처럼 대내외 정치와 안보, 경제 변수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물론 기업조차 손 놓고 있는 모양새다. 아예 주요 기업인들은 각종 의혹의 '공범'으로 몰려 총수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불려나가고 있다.

국조특위 청문회 대상에 예외는 없고, 기업인들도 의혹이 있다면 증언대에 세워 명백히 잘못을 가려내야한다. 그러나 특위는 이미 1차 청문회 때 9대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세우고도 이렇다 할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른바 '우병우' 청문회로 예상되는 5차 증인으로 삼성 최지성 부회장과 KT 황창규 회장 등 기업인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삼성은 이미 1차 청문회에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까지 증인으로 나가 집중 포화를 맞았다. 밝혀진 의혹은 없었지만 생중계된 청문회 상황은 결과적으로 삼성의 글로벌 기업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더욱이 KT는 여느 재벌 기업과 성격도 다른데다, 문제가 된 일부 인사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은 이미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진 상태다. 5차 청문회 증인으로 거론되는 사람만 30여명이라는 데 이들 모두가 꼭 필요한 대상인지도 의문이지만, 과연 제대로 검증이 이뤄질 지도 의심스럽다.

제한된 시간에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과 의혹에 집중해야 하는 청문회에 정작 나와야 할 사람은 빠지고, 만만한 기업인들만 자꾸 소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혹 규명보다 재벌 또는 기업 길들이기에 더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만하다.

무엇보다 이번 청문회가 자칫 '재벌 재판'식으로 흐르면서 반기업 정서 확산이나 기업 활동 위축 등 후폭풍도 만만찮을 조짐이다. 수출이 꺾인 상황에 미국 금리인상은 초읽기다. 시한폭탄이 된 가계 부채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당장 기업들은 내년 경제 위기상황을 돌파해야할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정작 내년 경영계획은커녕 해야 할 인사조차 못하고 있다. 이 대로라면 내년에는 월단위로 계획을 세워 집행하는 비상체제가 불가피하다. 그 아래 놓인 수많은 1차 2차 협력사들의 어려움은 불 보듯 뻔하다.

또 정경유착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기업들의 멀쩡한 사회공헌 활동이나 비 인기종목에 대한 투자까지 줄어드는 등 예상치 못한 역풍마저 우려된다.

경제 문제를 이유로 기업인에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되지만,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의혹만 갖고 범죄인 취급을 해서도 안 된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며 창조와 혁신, 생태계 투자를 독려했던 정부다. 이제 그 투자 배경에 무슨 꿍꿍이가 있었냐 되묻는 정치인을 보며 기업인들의 속내도 복잡할 듯 하다.

정치권은 이참에 정경 유착도 끊어내고 권력의 부역자를 밝혀내 단죄하겠다고 의욕을 앞세우고 있지만 말 그대로 정경유착의 한 축인 정치권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총수를 호통 치던 이가 청문회 후 뒤에서는 지역구 문제를 청탁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급행료나 관행, 준조세 등 각종 이름과 구실로 기업들에 손 벌렸던 정치인, 이 사태를 알고도 침묵하고 묵인했던 언론과 지식인이야 말로 이번 사태의 사실상 공범이다.

/박영례 정보미디어팀장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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