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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으로]사랑은 수화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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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어서 모바일 세계로

시각으로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과는 달리 , 청각으로 사랑을 느낀다는 여자들에게 공감이 가는 소재들로 이뤄진 영화들 중 <여자, 전화>는 제목과 스토리 라인에서부터 전화를 주요 모티브로 사용한다.

길을 걷는 인파들 속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은 일상다반사가 됐다. 웅성거리는 소음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만큼은 구별해 낼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 힘이다. 이제 바야흐로 9월. 결혼의 계절이 도래했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그 사람의 목소리만이 들리는 그런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녀가 일생동안의 고락을 함께 할 것을 서약하는 시간. 그들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많은 교제 방법이 존재하지만, 특히 전화 통화는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친근감을 준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낯선 이성의 목소리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면서 때론 사랑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러브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우연히 바뀌어 버린 서로의 휴대폰을 통해 사랑을 시작하는 이 두 사람처럼 말이다.

전화 속에서 펼쳐지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속내

로맨틱 코미디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전화 통화는 엇갈리는 남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어느 멋진 날>에서 이혼의 상처를 가진 여자 멜라니 파커(미셀 파이퍼 분)는 역시 이혼을 경험한 남자 잭 테일러(조지 클루니 분)와 같은 기종의 휴대폰이 서로 바뀌면서 인연을 맺게 된다.

전형적인 뉴요커들인 두 사람은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자 번갈아 가며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 준다. 투정과 불평으로 시작됐던 이들의 통화는 결국 끈끈한 유대관계와 서로를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더 이상 자신의 인생에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던 두 이혼남녀는 시시콜콜한 잔소리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면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의 감정 속으로 빠져든다.

<펀치 드렁크 러브>의 어리숙한 남자 배리(아담 샌들러 분)는 우울하고 권태로운 생활의 유일한 낙으로 폰섹스를 선택한다. 7명이나 되는 누나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풀 길이 요원했던 그로서는 마지막 선택으로 은밀한 전화 통화를 시도하게 된 것.

그러나 단 한번의 폰섹스는 최고의 악질 회사 회선으로 연결되고 이때부터 배리의 인생은 꼬여 버린다. 자신의 인생에는 없을 듯 했던 운명적인 상대를 만난 배리. 하지만 악질 업체의 횡포로 사랑을 잃을 뻔한 위기에 놓이게 된다.

폰섹스라는 관능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아담 샌들러 특유의 백치미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연출력 덕에 코믹한 웃음을 짓게 하는 <펀치 드렁크 러브>는 현대인들의 전화 통화 습관에 대해 일침을 날린다. 아무리 왕성한 호기심이 발동하더라도 음란 전화는 자제하도록 하자.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필 꽂히다

전화 통화로 사랑에 골인하는 모범 사례를 찾고자 한다면 <시애틀의 잠 못 드는 밤>과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에 그 해답이 나와 있다. 로맨틱 무비의 교본으로 불리는 <시애틀의 잠 못 드는 밤>은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히로인 멕 라이언의 상큼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약혼자가 있음에도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남자 샘(톰 행크스 분)의 목소리에 끌린 애니(멕 라이언 분)는 샘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한다.

샘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료된 애니는 전화 속의 그가 자신의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유명한 시애틀에서의 만남으로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애니와 샘의 사랑의 매개체가 된 전화 통화는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외모에 대한 선입견 없이 서로의 본심에 다가가기에 좋은 도구다.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에서의 미묘한 삼각관계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와 같이 라디오와 전화 통화로부터 비롯된다.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이라는 애완 동물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에비(제니언 가로팔로 분)는 어느 날 한 청취자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는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독신남 브라이언(벤 채플린 분).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 때문에 상담 전화를 건 브라이언은 지적이면서도 재치있는 에비와의 통화를 통해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브라이언에게 역시 마음이 끌린 에바는 평소 자신없던 외모를 속이고 브라이언에게 모델인 친구 노엘(우마 서먼 분)의 인상착의를 자기인 양 설명한다.

그리고 이제 지적이면서도 성격 좋은 평범한 외모의 여자와 늘씬한 금발 미녀지만 지적 수준은 좀 떨어지는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브라이언의 선택이 그려진다.

남자의 시각에 비해 청각으로 사랑을 느낀다는 여자들에게 공감이 가는 소재들인 이런 영화들 중 <여자, 전화>는 제목과 영화는 스토리 라인에서부터 전화를 주요 모티브로 사용한다. 영화는 남자로부터 걸려 올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코라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관습에 충실한 <여자, 전화>는 여주인공이 카메라를 보고 내레이션을 하는 등 독특한 방법으로 여자의 입장에서 속내를 털어놓는다.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서의 신경전과 마음고생 등을 신랄한 어조로 다룬 독일산 로맨틱 코미디로 전화 통화에 쉽게 마음을 풀어놓고 때론 대담해지는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전화 통화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냐고? 현대인을 연결하는 소통 수단으로 전화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만큼 우리는 매일 셀 수 없는 이들과 전화기를 빌어 대화한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른 문제겠지만 이 많은 사람 중 누군가의 목소리에 야릇한 감정을 품는다는 것. 한번쯤 있을 법한 얘기가 아닌가.

/정명화 디비디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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