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飛上하는 e스포츠]③ 韓 e스포츠, 당면과제는?
2016.08.31 오전 6:16
프로게이머 처우 및 종목 다변화 절실…게임 인식도 개선 필요
[박준영기자] e스포츠의 종주국. e스포츠 최강자. 전투종족. 이 모든 것은 우리나라 e스포츠를 일컫는 말이다.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수많은 e스포츠 대회에서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이 눈부신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대회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한국 e스포츠는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국제e스포츠연맹(IeSF)의 전병헌 회장을 필두로 문화뿐 아니라 스포츠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중이다.

우리나라 e스포츠를 배우거나 취재하기 위해 해외에서 방한하거나 외국 프로게임단이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오는 등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태동부터 시작해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이룬 국내 e스포츠지만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럿 남아 있다.



◆비인기 게임 프로게이머와 비기업 프로게임단의 고뇌

우리나라는 e스포츠를 대표하는 나라로 불리며 활발한 e스포츠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업계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 보면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

e스포츠에 실제 참여하는 프로게이머와 프로게임단 관련 부분이 대표적이다. e스포츠 대회 증가와 함께 프로게이머와 프로게임단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환경은 불안하기만 해서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게임의 프로게이머는 후원사(스폰서)나 소속팀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 훈련비나 장비 구매비 등을 대부분 자비로 충당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주요 수익원은 대회 상금이 대부분이다. 이는 곧 게임 업체에서 대회를 개최하지 않으면 수익이 끊긴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같이 불안한 처지는 비인기 게임의 프로게이머들이 다른 인기 게임으로 종목을 변경하거나, 아예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한 채 프로게이머 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기업 산하가 아닌 비기업 프로게임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스폰서를 유치하거나 인터넷 방송(스트리밍) 등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자생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스폰서를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 인터넷 방송 역시 시청자가 한정돼 있어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이전처럼 프로게이머의 방송이라고 무조건 보는 시대도 아니며, 경쟁자도 많아져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최근 SKT T1과 ROX 타이거즈에서 팀 유니폼을 판매하는 등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기업 프로게임단 중에서는 MVP가 나름의 성공적인 수익모델을 개발한 사례로 꼽힌다. ▲LOL ▲스타크래프트 2 ▲도타2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CS:GO 등 다양한 팀을 운영 중인 MVP는 종목별로 롯데칠성 핫식스, 치킨마루 등 유명 스폰서를 유치하며 나름의 생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MVP도 자금 부분은 언제나 고민거리라고 한다. 선수 연봉과 코치진 구성, 숙소 지원 등 연습환경 조성, 교통 지원, 식사와 빨래 등 생활 지원, 신규 선수 육성 등 지출할 곳이 많지만 이 모든 것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MVP 관계자는 "자생하기 위한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 중"이라며 "선수들이 마음 편히 게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세진 해외 e스포츠의 도전…韓 인재 향한 러브콜 잦아

비인기 종목 선수의 설움이나 비기업 구단의 허약한 스폰서십 등에 따른 고난이 국내 e스포츠의 '내우(內憂)' 요소라면, 해외 e스포츠의 거센 도전은 '외환(外患)'이라 할 만하다.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등 해외에서는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재 유출'이 국내 e스포츠계의 걱정거리로 부상했다.

LOL만 놓고 보면, 지난 2014년에 삼성 갤럭시 선수 전원과 코치진, 그리고 kt 롤스터의 서머 시즌 우승을 이끈 이병권과 송의진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중국 팀으로 이적했다. 2015년에도 SKT T1에서 활약한 장경환과 이지훈, 임재현을 포함한 여러 선수와 손대영 CJ 엔투스 코치 등이 중국에 진출했다. 세미 프로와 유망주들까지 합치면 중국에 진출한 사람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인재 유출 문제는 선수·코치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e스포츠 방송사인 OGN에서 e스포츠 프로그램 제작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위영광, 원석중 PD도 중국으로 이동한 바 있다.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중국으로 이적하면 한국보다 훨씬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 게 정설이다. 사상 최고액으로 중국 LGD 게이밍에 입단한 것으로 알려진 장경환은 2년 계약에 총 28억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LOL 관련 커뮤니티에 한동안 떠돌았다.



한국의 e스포츠 인재를 노리는 국가는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도 지난 3월30일 일본e프로스포츠연맹(JPeF)을 창설하고 LOL 프로리그를 진행하면서 한국 선수와 코치를 영입해 가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도 허승훈, 김의진, 정언영 등 다수의 한국 프로게이머가 활약 중이다.

더 나은 대우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국내 e스포츠 인재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시장 규모를 키우고 이들에 대한 대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이러한 상황이 몇 년 더 지속되면 e스포츠의 종주국이자 최강국인 한국이 강력한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에 최강 자리를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e스포츠에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점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불안정한 e스포츠 환경을 개선하고 해외보다 작은 시장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면 우리 e스포츠는 강력한 자본력의 해외 리그에 밀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종목 유지 및 다변화돼야 프로게이머 수명 연장

e스포츠가 기존 스포츠와 확실하게 다른 점을 꼽자면, 바로 종목에 '수명'이 있다는 것이다. 게임의 인기와 현재 서비스 여부에 따라서 해당 종목의 수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기가 있으면 '스타크래프트'처럼 발매된 지 18년이 지났어도 관련 리그가 열리지만, 인기가 없거나 업체 내부 사정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면 대회가 대부분 사라진다. 단 한 번 대회를 열고 문을 닫은 게임도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온라인 게임이 증가하면서 게임의 수명도 늘었다고는 하지만, 일부 인기 게임을 제외하면 3년을 넘기기 어렵다. 종목이 사라지면 여기에서 활동하던 프로게이머의 선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상을 막는 방법으로는 ▲장기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게임을 개발함과 동시에 리그 유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종목의 다변화를 통해 수명이 끝난 게임을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의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게임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다. 라이엇게임즈는 꾸준한 업데이트와 함께 일반인부터 프로게이머까지 단계별로 참가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을 도입해 리그를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게임의 수명을 늘리고 프로게이머의 활동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게임의 수명이 끝나더라도 대체재를 통해 프로게이머의 활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장르의 게임 A와 B가 있으면 e스포츠 종목으로 함께 도입해 둘 중 하나가 서비스 종료되더라도 프로게이머가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은 따로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야 프로게이머의 수명을 늘림과 동시에 e스포츠 성장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KeSPA에서도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병헌 KeSPA 회장은 지난 7월 미디어 오찬회에서 "e스포츠 종목을 확대하고 국내 저변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외 게임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편견 개선 노력 필요

이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e스포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2015년 KeSPA가 대한체육회의 준가맹단체 승인 공문을 받으며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았지만, e스포츠를 일부 마니아(mania)나 게임을 좋아하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기거나 '게임 중독자들의 축제'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 연관이 있다. 게임을 마약·알코올·도박과 같은 중독물질로 보고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의진법'을 비롯해, 게임을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발표 등 정부의 규제 정책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국민들은 부지불식간에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부분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작년과 올해 '스타크래프트 2' 리그 승부조작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e스포츠 내부에서 이미지 저해 요인을 일부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의 보편적인 여가 문화'인 게임에 대한 정확한 지식 전달, 그리고 e스포츠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스포츠'임을 대중이 인식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학부모 게임 토크 콘서트'나 '건전 게임문화 가족캠프'. 지난 5월 열린 가족 대상 e스포츠 축제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 등을 진행하면서 게임과 e스포츠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해 게임의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대중이 색안경을 벗고 e스포츠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업계가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전 게임문화 가족캠프'를 진행 중인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게임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게임이 가족과 함께 즐기는 여가 활동이자 소통의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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