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공정위 '깜깜이' 심사, 보이지 않는 손 있나
2016.07.05 오후 5:16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사실상 불허 하면서 업계에 후폭풍이 적잖을 조짐이다.

일단 방송통신 분야 M&A에 대한 공정위의 첫 불허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몰고 올 파장도 적지 않은데다 과정도, 결과도 석연치 않다는 뒷말도 무성한 탓이다.


실제로 정부는 조선, 해운 등 경쟁력을 상실한 시장의 구조조정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양적완화를 통해 이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 뒷돈을 댈 판으로, 부실 확산을 막겠다며 청와대가 나서 의지를 보일 정도였다.

사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의 인수도 기업 간 M&A지만 날로 부실해 지고 있는 케이블TV 업계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재찬 공정위 위원장이 지난 3월 "빠른 결정" 방침을 천명할 때만 해도 이번 M&A 역시 이의 연장선에서 빠른 결정이 날 것으로 기대됐다. 인가 조건이 무엇인지가 오히려 관전평이 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말을 바꿔가며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7개월, 정확히 217일 만에 내놓은 공정위의 판단은 사실 이를 결사반대 해온 경쟁업체조차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전례 없이 이번 M&A로 SK텔레콤의 독점력이 강화된다며 주식 인수 및 합병을 금지, 사실상 이를 불허했다.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의 기반이 달라 사실 지배력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간단치 않은 상황이기도 했지만 공정위 측이 말 그대로 전국구 사업자인 IPTV업체와 지역구 사업자인 케이블TV의 합병을 놓고 권역별로 시장을 획정하고, 이의 독점력을 문제 삼았다는데 이 판단이 맞는지도 명확치 않다.

과거 공정위가 CJ의 온미디어 M&A때도 획정을 장르별로 하자고 주장, 해당 기업을 당황케 했다던데 이번에도 혹시 이 같은 전문성으로 M&A를 심사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작 공정위는 심사 보고서를 전달하는 당일 오전에도 "결정된 게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고, 왜 이 같은 내용이 결정됐는지는 "언급하기 어렵다"며 입을 다물었다.

이번 결정이 공정위만의 자체 판단이 맞느냐는 잡음도 일고 있다. 이번 M&A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인사가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된 이후 업계에는 이번 M&A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특정 방송 출신 인사가 이를 저지했다는 확인 안 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또 특정 지상파에서 이를 반대해 결론을 차일피일 미루던 공정위가 결국 총대를 멘 형국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당사자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M&A에 대한 논란이 첨예한 상황에서 빌미가 될 수 있는 인사를 결정한 것은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또 절차와 결정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보니 불필요한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이번 공정위 판단이 업계 예상을 벗어난 의외의 결과라는 뜻도 된다. 납득이 안 되니 뭐가 다른 게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뒷말은 그렇다 치고 이번 결정 이후 케이블TV 업계의 구조조정, 장기적으로 방송통신 융합시대 업체별 생존 및 경쟁 전략 마련 등은 이제 어찌할 것인가. 결론은 공정위가 내렸는데 이로 인한 뒷수습은 미래부가 해야 할 판이다.

더욱이 이번 M&A에 대한 최종 인허가권을 쥔 미래부는 정작 심사도 못해보고 판을 접을 형국이다. 현행법상 공정위는 인허가 판단에 참조 할 협의 대상일 뿐이다. 법 개정까지 해가며 M&A 절차를 간소화 하겠다고 했던 것인데 7개월이나 끈 심사 결과로 M&A는 무산될 처지이고, 법 취지는 무색해 졌다. 이참에 방송과 통신이라는 규제 산업의 특수성이 있음에도 이를 일반기업의 M&A와 같이 공정위가 사전적으로 심사하는 것이 맞는지도 다시 짚어볼 문제다.

실제로 이번 M&A와 관련 해당 부처나 SK 경쟁업체 조차 그 당위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했다. 정부가 케이블TV와 경쟁이 불가피한 IPTV사업자를 여러 반대 속에도 선정한 것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장 변화를 반영한 결과였다. 경쟁의 결과로 케이블TV가 한계상황에 놓인 상황에서 M&A 외에 탈출구가 없다는 것은 케이블TV 업계는 물론 IPTV를 운영 중인 통신업체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 IPTV 선정 이후 지금과 같은 M&A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며 "방통융합 시대를 감안하면 이 M&A를 무산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미래부 심사에 앞서 공정위가 이를 무산 시킨 것에 대해서도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경쟁업체 관계자 역시 "자칫하면 케이블TV 시장이 말 그대로 좀비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다만 이번 M&A에 앞서 방통융합에 맞춰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규제 틀을 다시 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번 M&A가 여러 경쟁제한성의 우려가 있다면 지배력 전이나 시장 독점의 여지를 차단할 장치를 두면 된다. 또 특정기업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경쟁업체가 나올 수 있도록 오히려 현재의 유료방송시장의 합산 규제 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현재의 규제 속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문제라면 KT 역시 앞으로 케이블TV에 대한 추가 인수는 불가능하다. 공정위가 이를 미래부의 몫으로 남겨뒀어야 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사전적 규제 대신 사후 규제를 통해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 규제 당국인 공정위가 평소 강조해 온 말이다. 이번 M&A는 예외적으로 판단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박영례 정보미디어팀장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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