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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팬 분노 폭발한 수원, 벤처 정신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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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위 수원, 올해 9위로 추락…소통으로 위기 극복하고 힘 모을까?

[이성필기자]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대책은 있는 겁니까?" (수원 삼성 한 팬)

"여러분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중략)…다 제 잘못입니다."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지난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수원 삼성이 후반 추가시간 5분 동안 두 골을 내주며 울산 현대에 1-2로 역전패를 당한 뒤 수원 일부 팬들은 지하 2층 주차장까지 내려와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았다. 경기장 구조가 개방형이라 의도만 있다면 일반 팬도 주차장 앞에 있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입구까지 진입할 수 있다.

수원 팬들은 수원 선수단이 버스를 타기 위해 등장하자 "정신 차려. 수원!"을 외치더니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하는 상대팀을 향해 외치는 응원가인 "그따위로 축구하려면~"을 불렀다. 일부는 "(수원까지) 걸어가라"라며 선수단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수원 구단 고위 프런트가 보이지 않자 "어디 간 거냐"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울산 윤정환 감독이 포항 스틸야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0-4로 완패한 뒤 일부 분노한 소수 팬들에 가로막혀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일이 있었다. 윤 감독이 사과를 하고 나서야 상황은 일단락됐다.

만약 울산이 수원전도 패했다면 윤 감독은 어떻게 됐을까. 울산 관계자는 "팬들이 포항전 결과로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수원전까지 망쳤다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두 팀의 행보가 묘한 것이, 수원은 올 시즌 울산이 최악의 길을 걷고 있던 상황마다 반전의 제물이 됐다. 울산이 한참 신통치 않은 경기력으로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던 지난 5월 21, 울산은 수원전에서 4-2로 승리하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던 윤 감독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서정원 감독은 수원 팬들로부터 "대책은 있느냐?", "선수 영입은 어떻게 돼가는 거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 엄밀히 따져보면 구단 경영진이 받아야 할 질문을 서 감독이 대신 들은 셈이다.

수원의 이번 시즌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이렇다할 전력 보강이 없어 서 감독은 이미 동계훈련 때부터 안팎으로 다가오는 위기와 압박감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최근 수원은 선수 영입을 하려면 상당한 진통 속에 검토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팬들도 서 감독도 구단도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저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구단이 자생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이날 수원 팬들의 분노는 올 시즌 미진했던 선수 영입과 그에 따른 성적 저하를 총체적으로 따져 물은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2위 팀 수원이 현재 보여주는 경기력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원은 K리그에서 팬층이 가장 두껍게 형성된 구단이다. 올해 유니폼 디자인이 동네 조기축구회 수준이라는 혹평에도 아랑곳않고 많은 팬들이 유니폼을 구매하며 팀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구단 후원사인 매일유업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수매(제발 수원 팬이라면 매일우유를 마셔달라)'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수원이 18라운드까지 기록한 30실점 중 후반 35분 이후에만 무려 14실점(90분 이후에는 6실점)이나 하는 실망스러운 경기가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응원 열기는 식지 않았다.

수원 구단은 구단대로 팬서비스 확대를 위해 VIP존을 따로 만드는 등 경기장 관리 주체인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횡포와 싸워가며 얻어낼 것은 얻어냈다. 그런데 아무리 마케팅을 열심히 해도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울산전을 통해 재차 확인했다. 구단이나 팬이나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경기에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니 이날 팬심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팬들의 실력 행사가 수원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반등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올해 시즌 초반 꼴찌로 내려앉았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팬심 폭발을 가장 먼저 만났고 울산을 거쳐 수원까지 왔다. 수원이 팬들의 분노와 마주했던 그 날, 챌린지(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도 대구FC에 1-4로 진 뒤 팬들에게 가로막혔다.

결과적으로 인천과 울산은 팬심 폭발 후 성적 면에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리그는 길어서 끝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서 감독은 팬들을 향해 애절하게 "다시는 (이런 경기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말로 읍소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팀의 현재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진솔한 대화다. 과거에도 수원은 팬심이 요동치면 구단과 팬, 또는 감독과 팬이 자연스럽든 반강제적이든 대화의 장을 열어 소통했다. 이런 대화는 선수단에 큰 자극이 됐고 반전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구단도 팀 운영에 참고를 했고 팬들은 다시 목소리를 모으고 응원 열기를 끌어올렸다.

다같이 위기를 인식하고 힘을 모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일종의 벤처 정신을 보여준 셈이다. K리그를 선도해온 수원의 이런 소통 방식은 다른 구단에도 참고가 됐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아직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 시즌 초반이야 경영진이 교체되고 업무 파악으로 정신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꽤 지났다. 구단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축구계를 파악한 김준식 '상근' 대표이사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소통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추락하는 팀을 보며 애만 태우고 있는 팬, 매 경기 승부에 매달리고 있는 선수단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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