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TALK] 면세점 앞을 지나는 체증은 누구 것인가
2016.06.26 오전 1:00
경제성장 가능성은 자국민 지갑의 크기에 달렸다
[유재형기자] '면세점'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관광객을 태운 버스로 몰살을 앓는 서울 도심 풍경을 살펴보자. 어김없이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끝차선을 독차지한 출근길은 정체를 빚는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며 '활성화'나 '국익', '위상' 같은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겠다. 그러나 대다수의 반응은 '짜증'일 것이다.

실제 교통정체 유발로 돈을 버는 곳들은 면세점이다. 이 면세점들이 고용한 인력은 밀려드는 관광버스를 제 집으로 유치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질서나 예의를 유도할 생각은 부족해 보인다.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관광버스와 시내버스, 출근길 승용차와 영업용 차량이 뒤얽긴 이곳을 두고 '경제활성화'의 증표로 여기기에는 체증을 앓는 마음이 여유가 없다.

내수침체라는 단어를 사용한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유통환경이 그래도 건실한 이유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일정 부분 공이 있다. 이들이 행한 대리소비는 내수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면세점 속 한국 명품시장의 증가세는 이들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로 얻은 명예(?)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서울 길거리 상점 풍경은 외국인들에게 경기부양을 의존한 꼴이 됐다. 그만큼 자국민 소비력에 의한 자생적 경기활성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못난 한국인'으로서 유커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길거리에 침 뱉고, 담배꽁초 버린다는 욕할 수 있겠는가. 기업 이윤과 국민 이윤이 합치하지 않는 반(反) 경제 민주화를 목격한 국민들의 속 사정은 오르지 않는 임금만큼이나 피폐하고, 날뛰는 전셋값 만큼이나 '붕'하고 떴다.

따뜻한 한 끼 식당밥 사먹기도 벅차 주 4회 편의점도시락을 찾고 국민에게 면세점이란, 미세먼지보다 나을 게 없는, 교통체증 유발물질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래도 있어야 한다. 돈 벌어서 언젠가 외국 나갈 때 나도 이용해야 하니까."#."면세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뜻. 세금 걷어야 무상급식이라도 받아먹지."



SNS나 게시판 댓글 속에 말들은 우리 소비생활과 동떨어진 곳에서 흘러나온 간극이 있다. 면세점 구경 갈 일이 없는 다수 국민의 시각에서는 최근 재벌기업의 시내면세점 유치 경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 왜 그토록 많은 언론들은 기사 도배로 이들의 경쟁을 중계해 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겠다.


이른바 유커로 불리는 그들에게 한국 면세점은 "한국 오느라 소모한 여행비용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다. 유커들의 인식 속엔 한국 면세점은 믿을 수 있는 정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다. 짝퉁상품이 없는 매장에서 나온 유커들의 짐 보따리는 버스 짐칸을 채우고도 넘친다.

"중국에 가서 면세점에서 나온 물건을 내다팔면 여행경비는 빠지고도 남는 다네요." 5년간 중국인 관광객 수송을 맡아온 한 관광버스 기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유커 구매력의 비밀을 소개했다.

면세 사업은 국가의 관광활성화를 목적으로 해당 기업에 편의를 봐주는 업종이다. 때문에 편의를 제공받은 기업은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것으로 당연한 논리다. 지난 두 차례 시내면세점 대전에서 각 기업은 많게는 1천억 이상 자금을 들여 동반성장, 지역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다.

물론 대기업 편향 경제 구도에 기대하는 순기능은 '돈을 풀라'는 데 있다. 국민 구매력을 높이는 비법도 여기에 있고, 경제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법도 자국민 지갑에 든 돈에 달렸다.

시내면세점 특허를 흔히 '황금티켓'이라 부른다. 그리고 다시 연말깨 최소 세 곳의 시내면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단순히 세 곳의 짜증거리로 여길 일은 아니다. 짝퉁 상품이 없는 한국의 면세점처럼, 지금의 '경제살리기' 용어가 결코 짝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길은 국민 가계에 마련된 곳간을 채우는 일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로 인한 '짜증'의 원인도 비어있는 곳간으로 인해 박해진 인심덕분이 아닐까. 물론 곳간에서 인심날 일이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