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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백종원 가게'로 시름깊은 골목상권 "제발, 살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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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20억 모자란 대기업 더본코리아..."그는 방송이 키운 불공정 사례"

[장유미, 강민경 기자] "이 골목에 더본코리아 점포가 몇 개씩이나 들어서면서 두세 번 올 손님들이 한 번 오는 식으로 자꾸 빠져나가고 있어요. 우리처럼 이름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광고가 안되지만 백 씨는 TV에 얼굴 한 번 비치면 그게 다 광고니까 상대가 안돼요."

서울 신천동에서 한식당을 하는 주모 씨는 최근 뚝 떨어진 매출로 연일 한숨을 쉬고 있다. 인근에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여러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한창 바쁠 저녁시간에도 손님이 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는 영세상인들의 피해를 키우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지만 올해도 골목상권에서 독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테스트 브랜드를 포함해 총 36개의 외식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른바 '공룡'기업이다. 다만 가맹사업자 수요가 없는 브랜드를 정리해 효율성을 높이고자 최근 절반가량인 17개의 브랜드에 대한 가맹사업을 자진 취소하고 총 19개를 남겨뒀다.

이곳은 홍콩반점, 빽다방, 한신포차 등 대표 브랜드를 앞세워 지난 한 해 1천239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현재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른바 '백종원 가게'의 최근 3년간(2013~2015년) 평균 매출은 980억원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준치(최근 3년간 평균 매출 1천억원 초과)보다 20억원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더본코리아는 오는 24일 동반위가 한식, 중식 등 외식업을 다시 한 번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더라도 '신규 출점 제한', '신규 브랜드 론칭 금지' 등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지난 2014년까지 외식업체들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상시 근로자 수 2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200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다. 당시 기준으로 대기업이었던 더본코리아는 '확장 자제 권고'를 받으면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기본법이 개정돼 지난해 1월 1일부터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1천억원 이하'인 업체들이 모두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면서 더본코리아는 제재 대상에서 벗어났다.

더본코리아는 이를 기회로 삼고 지난 한 해 동안 몸집을 두 배 이상 불렸다. 2014년 말 500여개 수준이었던 전국 점포 수는 지난 13일 기준 1천200여개로 뛰어올랐다. 현재 전국에 1천200여개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배스킨라빈스, 뚜레쥬르, 롯데리아 정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덩치가 클대로 큰 더본코리아가 중소기업의 탈을 쓰고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원재료를 대단위로 구입하면서 원가를 대폭 낮추기 때문에 골목상권 영세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서부터 밀릴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 못지 않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받지 않아 인근 영세업자들의 피해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 신촌역, 건대입구역, 신천역 등 더본코리아 브랜드 점포들이 대거 들어선 지역의 영세상인들은 가격 경쟁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서울 신천동에서 김치찌개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바로 옆에 위치한 새마을식당이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너무 싸게 판매하면서 동일한 메뉴를 판매하는 우리도 가격 낮춰보려고 노력했다"며 "찌개 가격을 점심 때는 6천원까지 낮춰 팔고 있지만 우린 아무리 해도 새마을식당 판매가인 5천원을 못 맞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정 모씨는 "빽다방이 맞은편에 들어선 이후 월매출 규모가 원래의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며 "아메리카노 가격만 해도 우리 가게가 빽다방의 2.5배라서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고깃집을 경영하는 김 모씨는 "더본코리아의 돌배기집은 차돌박이 1인분을 어떻게 9천원에 팔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처럼 점포 하나만 하는 업체들은 아무리 싸게 들여와도 그 가격에 팔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털어놨다.

더본코리아 대표인 백종원 씨의 미디어 노출 빈도가 잦아지면서 '간접광고' 논란도 빚어지고 있다. 백 씨와 함께 그가 운영하는 업체들도 자연스럽게 TV 등에 노출되면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하게 되면 다른 영세업체들의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영세 업체들 역시 백 씨의 연이은 TV출연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창천동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그나마 단골이 있어 매출에 큰 타격은 없는 편"이라면서도 "손님들이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많이 방문하다 보니 인근에 있는 우리 가게도 원래 오던 고객들의 방문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새마을식당이다 돌배기집이다 해서 근처에 최근 1년 새 문닫은 영세 고깃집이 한두 곳이 아닐 것"이라며 "백 씨가 TV 출연을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그는 "같은 원리로 어디서 말 잘하는 빵집 프랜차이즈 사장이 갑자기 방송 나와서 해먹으면 동네 빵집들이 다 죽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지역에서 삼겹살집을 운영 중인 황모 씨는 "원래 사업하던 사람이 TV에 출연해서 얼굴로 간접광고하는 것은 반칙"이라며 "한번 TV에 얼굴을 비추면 광고효과가 큰데 기업인이 방송에 자주 출연해서 이름 없는 업자들의 기를 죽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더본코리아는 막강한 자본력과 연예인에 필적하는 백 씨의 인지도를 활용해 브랜드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골목상권뿐 아니라 전체적인 상권의 영세업체에게 수익성과 매출에 실질적으로 지장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소장은 "백 씨가 공중파를 비롯한 매체에 등장해 이를 사업 기회로 활용하게 되면 매체 노출이 어려운 기업들과는 불공정한 게임을 하게 된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백 씨가 미디어 노출을 스스로 자제하거나 미디어에서 노출 빈도를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망 중"이라며 "오는 24일 공정위가 중기적합업종을 재지정한 이후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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