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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계좌 전쟁 임박…업계 판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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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창간16주년 기획]③은행과 증권, '적과의 동침' 가능성 커

[이혜경기자] 오는 14일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쟁의 포문이 열린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벌써부터 각종 경품 등을 내세워 사전 예약에 돌입하면서 마케팅 과열 분위기도 감지된다.

14일에 본 게임이 시작되면 앞으로 ISA 계좌를 둘러싼 업계의 판도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판매망과 판매자격소지자 수, 국민들의 투자성향 등 현재 기반만 놓고 보면 단연코 은행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은행권은 7천여개 지점과 펀드판매자격 소지자 9만여명이라는 막강한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반면에 증권사들은 오프라인 지점수를 다 합해도 1천200여개, 펀드판매자격 소지자 수는 2만3천명 수준이다. 은행권과 비교해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ISA 투자대상에 예·적금이 포함된 것도 은행에 유리한 부분이다. 우리 국민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절반은 예·적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예적금은 가계금융자산의 41.8%(1천120조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2015년말 기준). 이 같은 보수적인 투자성향이 투자수익 200만~250만원까지 세금을 안받는 ISA가 도입되자마자 즉시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은행과 증권사 간 제휴 활발할 가능성 커

그러나 증권사들이 불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산운용'에 대한 전문성 때문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이 다수의 지점망으로 ISA 판매에서 우위에 설 수는 있겠지만, 상품대응력은 금융투자업권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결국 증권사로 올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증권사들의 오프라인 판매망 열세는 '온라인 일임계약 허용'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투자자가 금융회사에 맡긴 자산을 알아서 굴리도록 하는 것을 '투자일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법에서는 투자일임 계약을 하려면 오프라인 상에서 금융사 직원과 투자자가 만나 얼굴을 맞대고 시행하도록 의무화했었는데, ISA 계좌가 도입되면서 이 규정이 '비대면방식(온라인)으로도 일임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앞으로는 오프라인 지점 수가 부족해도 얼마든지 온라인에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은행도 ISA 판매 관련해 새롭게 얻은 선물이 있다. ISA에 한해서 투자일임업이 은행에 허용된 것이다.

본래 고객 자산을 알아서 굴려주는 투자일임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사들만 할 수 있었는데, ISA 계좌(일임형 한정)인 경우에는 은행도 고객자산을 위임받아 운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생긴 것이다.

아무튼 이상과 같은 관점으로 보면 ISA 계좌 유치전은 일단 '은행의 방어와 증권사들의 공격'이라는 구도를 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대 1의 비율로 지점이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은행이 고객접점에서 우위에 있는 데다, 국민들의 성향도 예·적금에 자금을 주로 넣어둔다는 점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 간 제휴 활발할 가능성 커

그러나 은행과 증권사들이 업권간의 경쟁을 벌이기보다 전략적 제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ISA로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예·적금이 포함되긴 했지만, 은행이 자사의 예·적금은 편입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서다(신탁형 ISA). 예를 들면 A은행이 B은행의 예·적금을 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3억원 미만의 예금은 고객이 맡긴 신탁재산과 금융사 고유재산 간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은행끼리 서로 자사 ISA계좌에 상대 은행의 예금을 가입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현실적으로는 실현가능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은행들은 경쟁 은행의 예금을 담아주기보다는 증권사와 손잡고 제휴한 증권사의 ISA 계좌에 자사의 예금을 유치하는 협력 관계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서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은 계열 증권사 ISA를 통해 자사의 예적금을 유치할 것"으로 보면서도 "은행과 비교해 증권사의 채널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계열 증권사만 이용하면 자금유치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다수의 증권사와 그물망 제휴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산통합 등 물리적 제한을 단시일 내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에 비해 오프라인 판매망이 부족한 증권사들은 인터넷,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신채널을 통한 ISA 계좌 유치에도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권에서 ISA 계좌 유치전에 필사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들에게는 ISA라는 상품 자체가 생소한 상황이다. 따라서 도입 초반에는 업권 구분 없이 ISA라는 상품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업권 구분없이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우리보다 앞서 ISA를 도입한 일본이나 영국 사례를 봐도 금융사들이 자사 상품의 강점뿐 아니라 낯선 용어와 개념일 수밖에 없는 ISA 그 자체에 대한 소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꾸준히 ISA 설명회를 개최하고 친숙한 이미지의 CI를 제작하기도 했다. 잠재고객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편의점, 마트, 커피숍 등을 가리지 않고 다가가는 모습도 보였다.

초읽기에 들어간 ISA계좌 전쟁. 앞으로 연간 24조원(금융투자협회 추정)의 시장을 두고 치러질 이번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과연 어느 금융사가 될지 주목된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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