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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으로]SF 영화가 구현한 미래의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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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의 소도구로서의 기능

연출자의 의도에 의해 장치된 소도구는 영화의 내러티브를 강화하거나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구실을 한다. 최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휴대폰 역시 내러티브를 간략하면서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소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만나서 창조해야 할 스토리텔링이 전화 속 대화 한 구절로 드러난다던가, 자칫 지나치게 서술적으로 흐르기 쉬운 영화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데 쓰인다. 현대의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빈번히 통화를 하고 그들의 모습은 분할된 화면이나 단시간 내의 대화를 통해 압축적으로 묘사된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나 인물들의 심리를 나타내기도 하고, 이것은 캐릭터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석화된 여성 특유의 일반적인 캐릭터를 나타내기 위해 빈번한 전화 통화를 보여주고(<금발이 너무해>, <지금은 통화 중>), 고독하고 과묵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전화 통화를 자제하는 인물(<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등을 등장시킴으로서 그 어떤 설명보다도 인물의 성격 부여에 효과적인 소도구의 역할을 한다.

혈흔이 낭자한 장면보다 고즈넉한 밤에 울리는 전화 벨소리가 더욱 효과적으로 공포를 조장하고, 말없이 끊기는 통화 속에서 안타까운 이별의 정조를 느끼게도 한다. 이것은 전화 문화가 우리 모두가 공통의 기호로 인정할 만큼 생활에 깊게 뿌리 박혀 있음에서 비롯된다.

관람객 모두에서 암묵적으로 통하는 기호로서의 생명력을 부여받기에 이른 것이다. 전화 통화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뛰어나와 스크린에서도 그 어떤 시각적인 연출이나 서술보다 효과적인 상징과 암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고독과 단절의 상징

"미래의 컴퓨터는 무게가 15톤일지도 모른다" 1949년의 한 잡지에 실린 이 발언은 과학 기술이 얼마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과학이 더 발달하면 인간 생활의 양태는 어떤 식으로 변화할까. 인간의 상상력은 끊임없는 질문을 해왔고, 이는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다.

SF 영화는 시뮬레이션의 기능으로 원초적인 호기심을 시각적으로나마 충족시켜 준다. 15톤이라는 무게가 우습게 들릴 정도로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진보해 왔고, 영화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도 현실이 되어 왔다.

익히 알려진 미래과학 영화에서의 미래는 인류가 원하는 유토피아보다는 암울한 묵시론적 시대상에 가깝다.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의심해야 하는 <블레이드 러너>와 <매트릭스> <6번째 날>, 핵폭발로 인해 멸망한 인류와 잔존 인류의 원시적인 생존법을 그린 <매드맥스> <혹성탈출> <터미네이터> <배틀필드>, 미지의 생물체에 대한 공포를 그린 <에일리언> <레드 플래닛> <화성의 유령들> 등 많은 SF 영화가 암울한 인류의 미래상을 그려왔다.

다소 철학적인 분위기의 SF 영화가 그리는 미래상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통의 부재다. 밀폐된 개인만의 공간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미래 인류의 모습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에 집중한 감독들은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영화 안에 형상화시키고 있다.

특히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의 영혼을 지닌 스티븐 스필버그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등의 공상영화에서 커뮤니케이션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뇌파로 미래에 일어날 살인을 암시하는 예언자와 그리고 그 예언으로 인해 한 순간에 살인자로 전락한 주인공, 두 개체는 일반적인 개념의 의사 소통이 차단된 인물들로 그려진다(<마이너리티 리포트>).

기계 속에서 맴도는 대화들은 서로의 진심에 가 닿지 못하고 공명을 거듭한다. 테크놀러지는 진화하지만 감성의 교류는 차단된 상태를 서늘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는 동심의 소통이다. TV를 통해 지구의 언어를 익히고 텔레파시로 지구인과 의사 소통하는 외계인, 그리고 필요에 의해 폐기 처분됐지만 그 어떤 인간보다 순수한 감성을 호소하는 로봇소년까지 스티븐 스필버그의 관심은 소통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린 SF 영화에서 단절과 소외는 주요 테마가 된다. 여기에서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하는 전화와 휴대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화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진화한 형태의 편리한 도구이기도 하면서 유일하게 개인을 노출시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영화를 장식하는 비주얼의 기능

핸드폰은 비주얼 자체만으로도 SF 영화에서 제 몫을 수행하기도 한다. 다양한 부가기능이 탑재된 미래형 휴대폰은 화려한 비주얼로 SF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근 개봉한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2>에서는 주인공의 강화된 능력을 부각시키고 사이버틱한 미래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데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다.

첨단 휴대폰의 이미지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주인공 네오의 전투력과 진보한 테크놀로지를 나타낸다. 전편에 등장한 노키아의 제품에 이어 국내 브랜드인 삼성 애니콜이 쓰여 화제가 되기도 한 <매트릭스 2>의 폰은 그저 보여지는 역할에서 나아가 영화의 분위기와 비주얼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본능적인 욕망은 화상과 홀로그램에 이어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폰의 기능을 기대하게 됐다. 영화에서의 폰은 소도구로서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가질 수 있다. 언젠가는 현실이 가상세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현재, 폰은 영화 속에서 인간의 상상력을 업고 환상적인 형태로 그려진다.

퇴행할 때까지 욕망하기를 멈추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 불변하는 이상, 영화는 현실을 넘어선 이상을 그리기 마련이다. 메마른 감성과 대화의 부재, 소통의 불완전함을 상징했던 공상영화에서의 폰. 달리 생각하면 디스토피아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사라지고 있는 인간애에 대한 아쉬움이 영화 속에서 더욱 강화된 비극으로 드러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명화 디비디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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