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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인텔효과'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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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효과'란 표현은 증시에서 흔히 쓰인다.

보통 세계적 반도체회사인 인텔의 실적에 따라 세계 IT 산업의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을 일컫을 때 쓰는 말이다. 이는 인텔이 세계 IT 산업의 '풍향계' 노릇을 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이 같은 인텔 효과는 언론에도 작용한다. 인텔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 PC산업과 메모리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인텔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높다.

하지만 '인텔효과'를 맹신하면 도리어 '함정'에도 빠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인텔효과'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사태의 파악을 흐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인텔이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간) 3GHz급 펜티엄4 프로세서 출시를 연기하기로 한데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그 단적인 사례.

인텔이 800MHz의 시스템버스(FSB)를 지원하는 3GHz급 프로세서 출시를 연기하기로 한 후 일부 국내 언론은 이 사안을 규정하는 용어로 '파문'이라는 말을 선택,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PC 교체 시기의 도래를 늦추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붙었다.

하지만 이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국내 PC 업계의 반응은 정작 어땠을까? 언론의 사태 규정 만큼 심각하게 바라봤을까?

PC업계는 인텔의 칩 출시 연기에 대해 대부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텔이 이번에 발표한 3GHz 프로세서가 '지금 시장에서는 특별히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판단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이번에 출시가 연기된 3GHz 프로세서의 용도는 사실 전문가용 컴퓨터인 '워크스테이션'용이다. 함께 나오는 '캔터우드(개발코드명)' 주기판 칩셋도 워크스테이션용으로 제작됐다.

그렇다면 워크스테이션의 국내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2만대 안팎을 맴돌고 있다. 수백만대를 형성하는 데스크톱 PC 시장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규모인 셈이다.

인텔의 이번 칩 출시 연기가 우리나라 PC업계에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칩 출시 연기'가 '파문'으로 비춰진 것은 그 만큼 인텔효과에 대한 맹신을 우리 언론 스스로가 끊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호떡 집에 불이 났는데, 소방차 수십대를 출동시키는 격이다.

인텔효과에 대한 맹신은 특히 '인텔이 기침을 하면 우리나라 PC 업계는 감기가 걸린다'는 식의 단선적인 인과관계 설정에서도 엿보인다. 물론, 여전히 인텔은 세계 반도체 1위 업체다. 그 만큼 영향력도 막대하다.

그러나 이제는 인텔효과를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인텔효과가 PC시장에서 증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인텔 칩 출시 연기 사례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인텔효과가 실제 시장에서 100% 들어 맞지 않은 지는 오래다. 최근 인텔의 잇단 고성능 프로세서 발표가 PC 시장의 얼어 붙은 매기를 녹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한 단면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인텔효과에 대한 맹신을 떨쳐 낸 상황이다.

언론 스스로 인텔효과에 대한 선입관과 착각에서 깨어날 때가 이미 지났다.

/이관범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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