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사 미팅, 다음 타자는 언제나 대기중?
2014.11.06 오전 7:14
[결혼정보회사 미팅? 그것을 알려주마!](16)
[이혜경기자] 어느 인디언 마을의 족장이 부족의 총각 처녀들을 마을 옥수수밭에 불러 모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좋은 옥수수를 골라서 건너편으로 나오너라." 한참 후 옥수수밭을 나온 청춘들. 그런데 하나같이 빈손이었다.

"왜 하나도 따지 않았느냐?"는 족장의 질문에 젊은이들은 이렇게 입을 모아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더 좋은 옥수수가 있을 것 같았는데 걷다 보니 옥수수밭 끄트머리였어요."

인연을 찾아 헤매는 남녀들이 한번쯤을 들어봤음직한 '인디언의 옥수수' 우화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결혼정보회사 미팅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이 인디언 젊은이들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입 조건에 따라 수십 명을 소개 받건, 몇 명을 소개 받건, 다음 번 미팅에 더 나은 사람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시스템이 내재한 문제점 중 하나가 또 나왔다. 어장관리와 함께 양대산맥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 이 문제점을, 나는 '다음 옥수수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다음 옥수수 증후군'을 아시나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순간, 회원들은 계약 횟수에 맞춰 다음 사람을 바로바로 소개받을 수 있는 시스템에 들어가 있게 된다. 지금 만난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지금 사람과 잘 안되더라도 새로운 사람이 대기중이라는 사실은 뭔지 모를 심적 안정감(?)으로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받은 사람들 중에는 참을성이 부족한 경우가 은근히 많다. 외부에서 만나서 사귈 때는 있을 수 있는 말다툼이나 의견 충돌을 이유로 헤어지자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냥 새로운 사람을 소개 받으면 되는데, 굳이 이런 문제로 감정 상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인디언의 옥수수밭은 걷다 보면 어느새 벗어나게 마련이다. 소개팅 계약 횟수도 시나브로 소진된다. '아, 첫 번째 그 사람이 그래도 꽤 괜찮았는데…'. 계약한 미팅 횟수를 다 채우고 나서 이렇게 후회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아무튼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소개팅 상대 선정 과정이 생각처럼 치밀하지도 않고, 어장관리와 다음 옥수수 증후군처럼 시스템에서 비롯된 기묘한 문화 탓에 짧은 만남과 불신이 판을 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거칠 때마다 회원들은 마음을 다친다. 결국, 아무도 믿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며 쓸쓸히 결혼정보회사 활동을 끝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이혜경 기자

14년째 경제, 산업,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며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문득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결혼정보회사 회원에 가입, 매칭 서비스를 1년간 이용했지만 짝을 찾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블로그 '어바웃 어 싱글(About a single)'을 운영하며 같은 처지의 싱글들과 가끔 교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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