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재잘 재잘 이야기를 풀어놓는 모습이 소녀 같다. 표정은 또 어찌나 다양한지, 순간 순간 드러내는 감정들이 만화 속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늘씬한 키와 볼륨감 넘치는 몸매로 화제를 모았던 것이 무색하게, 배우 이초희의 진짜 매력은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때 수직 상승한다. 어떤 작품에서도 캐릭터 자체가 되는듯한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7월 종영한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에서 이초희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형사 정은지로 분했다. 젊은 형사들이 어느날 늙어버린 가운데, 은지는 이들의 수사에 꿀 같은 도움을 준다. 팀 리더인 이준혁(최진혁·이순재 분)을 짝사랑하는 정은지는 그 어느 드라마 속 여주인공보다 '잘 먹고 잘 싸는' 캐릭터다. 꾸밈 없이 긍정적인 이초희와도 많이 닮았다.

드라마의 종영 후 조이뉴스24가 이초희를 만났다. '꽃할배 수사대'는 노년에도 넘치는 에너지로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이순재·변희봉·장광의 만남으로 시선을 모았던 작품이다. 이초희는 "그 세 분을 함께 모을 수 있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며 "한 분만 뵈어도 영광인데 세 분과 3개월 넘게 연기를 했으니 감사하고 좋았다"고 돌이켰다.
특히 준혁 역의 이순재는 일순간에 늙어버린 몸으로 은지를 애잔하게 바라보는 연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엇갈려버린 로맨스를 그리며 이초희는 노배우 이순재로부터 "남자의 냄새"를 느꼈다.
"워낙 선생님이시지만, 남자의 냄새가 있었어요. 나중에 선생님 같은 남자와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 선생님과 또래 배우였다면 제가 참 많이 좋아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순재 선생님과 저, 둘이 함께 한 마지막 촬영에서 너무 눈물이 나더라고요. 언제 다시 뵐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아쉬웠어요. '다시 하고싶어요' 하면서 계속 울었는데, 선생님은 '또 만나. 괜찮아'라며 토닥토닥 해주셨죠."
극의 엔딩, 정은지는 형사 박정우(김희철 분)와 사랑에 빠진다. 슈퍼주니어의 멤버이자 예능인으로도 활약한 김희철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현장 선배들의 예쁨을 한 몸에 받았다.
이초희는 "현장에선 김희철 오빠가 저보다 훨씬 귀염둥이 노릇을 많이 했다"며 "선생님들께 워낙 잘 하는데다, 기 죽지 않고 연기를 열심히 하더라"고 돌이켰다. 이어 "희철 오빠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다"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모두를 잘 챙기는 면이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당시 이초희는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가수 겸 배우 정지훈과 에프엑스(f(x)) 크리스탈이 캐스팅돼 화제가 된 드라마다. 극 중 주홍 역을 맡은 이초희는 크리스탈과 친구 사이를 연기하며 그만의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뿜어낼 예정. '꽃할배 수사대' 이후 약 2주 간의 짧은 휴식이었지만 그는 "나름대로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친구와 함께 비의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도 다녀왔는데, 이렇게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되다니 신기해요. 워낙 팬으로서 지켜봤었거든요. 여자 아이돌 가수들 중 가장 좋아하는 분은 크리스탈이었는데 친구로 출연하니 그것도 좋고요.(웃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 '파수꾼'(2010)을 제외하면, 이초희는 주로 해맑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도맡아왔다. '파수꾼'의 세정이 상처를 안은 여고생이었다면 영화 '전국노래자랑'(2013)의 현자는 수줍은 많은 짝사랑녀였다. '꽃할배 수사대'의 정은지에 이어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속 주홍 역시 밝다.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초희는 "모험에 가깝겠지만 준비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나 스스로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직은 소모되지 않은 것 같아요. 여전히 재밌거든요.(웃음) 주어진 것을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면 그런 연기를 똑같이 다시 하진 못할 것이라 생각해요. 얼마 전 '파수꾼' 팀을 만났는데, '과거 작품 중 다시 찍고 싶은 것이 있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곰곰 생각해도 이전 작품 속 연기를 다시는 못할 것 같더라고요. 늘 후회가 남고 항상 아쉽고 만족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지만, 그래도 이젠 그 때의 제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수작 영화 '파수꾼'으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초희지만 최근엔 TV 드라마 출연도 잦아졌다. KBS 2TV 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참 좋은 시절'을 비롯해 '꽃할배 수사대'를 통해서도 이초희는 영화보다 빠르게 반응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의 매력을 알게 됐다.
특히 주연작인 '꽃할배 수사대' 방영 중엔 브라운관 속 자신을 향한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열광적인 반응 덕에 영화 작업 못지 않은 기쁨을 느꼈다. 마냥 예쁘고 귀여운 여동생 같다가도, 가족을 끔찍이 여기는 마음을 보니 철이 다 든 처자 같다.
"가족을 보면서, 영화만을 고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정말로 방송 시간만 기다리시더라고요. 한 화를 다섯 번도 보시고요.(웃음) 다른 작품에선 제가 나오는 부분만 돌려 보셨다면, '꽃할배 수사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실 수 있는 작품이잖아요.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좋았어요. 연기에 빠져들며 죄송했던 일이 많았는데, 1/100 쯤 갚은 것 같아요. 빨리감기를 안 해도 되는 작품을 보여드렸다는 점에서요.(웃음)"
한편 이초희와 비·크리스탈이 촬영 중인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는 박영규·김기방·엘·호야·차예련·김혜은·조희봉·박두식 등도 출연한다. 오는 9월17일 방송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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