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묻지 말라
2014.05.07 오후 2:45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다. 로버트 조던과 마리아란 두 인물의 사랑을 소재로 스페인 내전을 비판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 영화로도 널리 알려졌다. 당대 최고 스타 잉그리드 버그먼이 ‘순결한 여인’ 마리아 역할을 멋지게 소화하면서 올드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정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란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스페인 내전에서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기리는 ‘조종(弔鐘)’일 것이란 짐작만 어렴풋이 할 따름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시 제목이다. 흔히 ‘형이상학파 창시자’로 통하는 존 던은 T. S 엘리엇을 비롯한 현대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하다.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시는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자 대양의 일부”란 뜨거운 선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싯구절은 많은 문학도들의 가슴에 뜨거운 사랑을 심어줬다.
“어떤 이의 죽음이든,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전했던 헤밍웨이는 존 던의 이 메시지에서 진한 울림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페인 내전의 부조리한 상황을 비판하는 소설 맨 앞에 존 던의 시를 적어넣는다. 그리곤 아예 존경했던 선배 시인의 시를 자신의 소설 제목으로 삼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접한 뒤부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꿈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수 많은 우리의 자녀들이 참사를 겪었다는 소식에 그저 한 숨만 나왔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로 젊은 대학생들이 희생된 지 두 달도 채 안 됐는데… 란 생각에 분노마저 치밀었다. 사고 원인이나 초기 대응 과정 소식 역시 들으면 들을수록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사람 사는 곳에 사건, 사고가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있고, ‘되풀이되어선 절대 안 되는 사고’가 있다. 이번 사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아프고, 또 슬프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걸까? 이런 황당한 사고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우리 사회가 존 던이 던진 메시지를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의 죽음이든 나를 감소시킨다는 메시지. 우리 모두 인류의 한 부분이란 성찰. 그러니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가 곧 나를 향한 것이란 깨달음. 이 깨달음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늘 ‘급한 과제’와 ‘중요한 과제’가 있을 때 ‘급한 과제’ 쪽으로 먼저 기울었다. 그 덕분에 외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고 역시 ‘빨리 빨리’에 지나치게 기울었던 우리 문화가 낳은 부작용이 아닐까? 더불어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보다 나만 잘 되면 된다는 극단적 개인주의가 더 강하게 작용한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난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절규를 다시 한번 던져 본다. 그리고 우리 함께 성찰하자고 제안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김익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