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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시장 대쇼크 현실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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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명품 PC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바이오’를 앞세워 명품 PC의 대명사로 통했던 소니마저 PC사업에서 손을 뗐다. 소니의 철수 선언은 PC시장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완제품 분야 핵심 사업이 모바일로 이동하며 PC사업이 가지고 있기엔 부담스럽고, 버리기엔 아까운 '계륵'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글-사진| 민혜정 기자 @ggllong 

지난 2월 6일 소니가 폭탄 선언을 했다. ‘바이오' 브랜드 PC 사업을 일본 내 투자펀드회사인 재팬인더스티얼파트너스(JIP)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소니는 올 봄까지 출시될 라인업만 책임진다. 그런 다음 3월말 JIP 설립 회사에 PC 사업을 넘기고, 제품의 판매, 제조, 영업 등에선 손을 뗀다.

소니의 PC사업 철수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PC사업 대금이 400억~500억엔(한화 약4천260억원~5천33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것. 지난 2005년 IBM이 레노버에 PC사업을 넘길 때 매각 대금이 1조원에 이르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헐값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PC사업의 매력이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소니는 지난 1996년 '바이오'라는 브랜드로 PC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사양,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운 소니 노트북은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그러나 PC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소니의 노트북 사업은 적자에 시달렸다.

IDC에 따르면 소니 PC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대로 9위다. 여기에 소니 그룹 자체가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결국 PC 사업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 1월 소니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junk) 수준인 'B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Ba1'은 투자적격 등급보다 한 계단 아래다. 이번 조정의 이유는 소니의 TV와 PC 사업부문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소니의 PC사업을 담당하는 '바이오(VAIO)' 사업부의 프리미엄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소니는 TV는 물론 PC에서도 화려한 디자인과 높은 사양의 제품에 주력해 왔다.

 ◆ PC 사업, 몸집줄이기 가속화 

소니의 문제는 PC사업부를 가진 업체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고민이다. PC 수요가 날로 위축되면서 사업 존폐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실제 시장조사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니, 레노버, 애플, HP, 도시바 등 상위 9개 업체의 PC출하량은 2012년 1억6천800만대, 지난해 1억4천800만대로 집계됐고 올해도 1억3천400만대로 전망돼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때 내부에서도 데스크톱PC 사업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삼성전자가 50%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공공 데스크톱PC가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 공공기관에 데스크톱PC를 공급할 수 없게 된 것도 한 요인으로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PC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목표 출하량을 지난해 절반 수준인 600만대, 판매 제품군을 60여종으로 전년대비 3분의1 가량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PC사업 부진에 따른 관련 사업 매각설을 부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PC사업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며 지난해처럼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며 "올초 선보인 울트라북 '그램', 컨버터블PC '탭북' 등이 올해 전략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 밀리고-태블릿에 치이고 

그러나 전통의 PC 시장은 이 업체들의 전략 변화와 같이 컨버터블이나 태블릿PC, 고사양 프리미엄 중심으로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PC업계 관계자는 "PC는 모니터, 전기회로, 메모리 등 부품을 흡수하는 완제품으로서 핵심 사업이었다"며 "최근엔 이같은 PC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2000년대 중반까지 PC가 호황기였던 시절엔 M&A가 치열한 경쟁속 점유율 확대를 위한 영토전쟁의 일환이었다"며 "2009년 이후엔 PC업계의 M&A는 생존을 위한 방편이지만, 인수 업체 입장에서 PC는 영업망 확보 외엔 큰 장점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태블릿PC까지 등장하며 PC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태블릿은 갈수록 화면의 크기가 커지며 노트북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화면 크기가 큰 태블릿이 문서작업 같은 노트북의 용도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교나 기업에서 PC대신 태블릿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들의 자료를 살펴봐도 태블릿의 약진은 놀랍다. 카날리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태블릿 출하량은 7천630만대로 전년에 비해 64.2% 성장했다. 반면 태블릿을 제외한 순수 PC 판매량은 오히려 6.9%가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태블릿이 전체 P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8.3%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블릿이 전체 PC 시장의 절반 수준까지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성장세를 주도한 것은 역시 애플이었다. 카날리스 자료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지난 해 2천600만대가 판매되면서 태블릿 시장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맥을 포함할 경우 애플은 총 3천90만대를 판매하면서 전체 시장의 19.5%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경쟁의 중심이 PC에서 태블릿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CES에서 여태껏 선보인 태블릿 중 가장 큰 12인치대 제품을 전시했고, 애플도 올해 12인치대 태블릿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앞으로 전자업체들은 태블릿PC에 힘을 실으면서 기존 PC사업은 축소를 거쳐 재편 등 '철수'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태블릿PC와 함께 올해 PC 시장에서는 고사양 노트북과 컨버터블 PC 등 프리미엄 PC 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나 제조 경쟁력 때문에 당분간 PC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태블릿PC 시장의 성장성에 따라 PC사업이 축소, 철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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