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삼성家, 화해는 법정 밖에서 하라
2014.02.10 오전 11:19
삼성家 상속 분쟁이 또다시 장기화될까 우려된다.

양측이 가족간 진정성 있는 화해를 얘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말 뿐인데다 항소심에서도 패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측은 상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의 다툼은 여차하면 대법원까지 갈 판이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삼성이라는 기업에서 불거진 집안싸움에 여론이 좋을 리 없다. 더욱이 범삼성가 입장에서도 이미 25년전에 끝난 상속문제를 이제와 다시 법정과 여론의 도마위에 올린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그럼에도 이 전 회장이 이 무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 회장은 뒤늦게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유산 분재와 함께 그 근거로 이건희 회장의 경영승계가 선대의 유지와는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집안의 장남으로서 늦게라도 이를 바로잡을 책임을 느꼈다고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나왔듯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삼성 경영승계나 장자의 '정통성'을 확인받기 위해 가족간 법정 공방까지 불사했다는 얘기다. 사실 여러 주변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 전 회장은 집안의 맏이로서 후계자로 인정받지 못한 서운함이 컸다고 한다.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뒤를 삼남이었던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았다. 유교전통이 남아있는 우리사회에서 대체적으로 '장자 승계'의 원칙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삼남인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진 후계구도를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전 회장도 자신의 책 '묻어둔 이야기'에 이를 일부 언급했지만 끝내 법정 소송으로 불거지며 결국 묻어두지 못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이 회장의 경영승계나 재산 상속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 나면서 정통성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이 전 회장으로는 유산 분재라는 실리도 정통성 이란 명분도 얻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고 이건희 회장은 이번 소송의 승자일까. 이번 소송에서도 확인됐듯 삼성의 경영승계는 이미 25년전에 끝난 일이다. 양측은 삼성과 CJ그룹으로 나뉘어 각자 제 갈길을 가던 참이었다. 양측 모두에게 애초 이번 판결로 달라질 것은 없었다.

되레 2년여의 지리한 법정 공방은 양측 변호사 주머니만 불렸고, 속된말로 재벌가 형제간 재산다툼이란 비난만 샀다. 그룹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바닥까지 드러난 갈등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겼다.

더는 실익도 승산도 없는 이 싸움에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 두차례 소송에서 이미 이 회장의 승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난 상황에서 남은 것은 상고가 아니라 이 전 회장이 언급했던 집안 장자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이 전회장은 해원상생(解寃相生)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이 삼성가 장자로서의 마지막 의무이고 바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화해하자면서 소송가액을 올리거나, 상고 가능성을 언급하는 식으로는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 서로가 가족간 진정한 화해를 얘기하고 있지만 진의를 의심하며 선뜻 손을 맞잡지 못하는 이유다. 칼 든 손으로는 악수할 수 없다.

소송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갈등을 봉합하려면 소송부터 취하해야 한다. 가족간의 진정한 화해는 법정 밖에서나 가능하다.

/박영례 산업팀장 you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