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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MS의 CEO 교체를 바라보는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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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야구 책을 한 권 번역한 적 있다.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원제: Extra 2%)’란 흥미로운(?) 책이다.

이쯤 얘기하면, “IT 기자가 웬 야구책?”이란 돌직구를 던지는 분이 분명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책에서 관심을 가진 건 ‘탬파베이’란 만년 꼴찌팀의 변신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만 놓고 보면 야구를 소재로 한 경영 서적에 가깝다.

탬파베이는 한국 야구팬에겐 생소한 팀이다. 기아에서 뛰고 있는 서재응 선수가 한 때 몸 담았던 팀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팀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에 성공한 팀으로 꼽힌다. 만년 꼴찌에서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으로 화려하게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는 탬파베이의 흥미진진한 리빌딩 스토리다.

탬파베이 얘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뉴욕 양키스다. 포스트 시즌 진출만으론 만족못하는 팀. 이 팀을 맡아서 우승 못하는 감독은 늘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 팀이다.

그래서 뉴욕 양키스는 과감한 선수 영입으로 비시즌 중에도 화제를 몰고 다닌다. 올해도 FA 대어들을 연이어 낚아채면서 뉴스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했다.

◆탬파베이와 뉴욕 양키스, 그리고 MS

IT를 사랑하지만 야구를 싫어하는 분들을 위해 이 쯤에서 정리하자. 탬파베이의 성공 비결은 ‘완벽한 리빌딩’이다. 그것도 다른 팀들은 쉽게 흉내내기 힘들 정도의 체질 개선이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새롭게 탬파베이를 인수한 경영진은 몇 년 동안 ‘눈 앞의 성적’은 아예 포기했다. 감독에게도 성적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잘못된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몇 년을 계속한 덕분에 지금 탬파베이는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와 대등하게 겨루는 팀으로 변신했다.

탬파베이의 대척점에 서 있는 팀이 뉴욕 양키스다. 이 팀은 늘 ‘우승’을 노린다. 그런데 요즘 뉴욕 양키스도 고민에 빠졌다. 몇 년째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전 대부분이 노쇠화하면서 전력이 급격하게 약해졌다.

보통 팀이라면 한번쯤 리빌딩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 됐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는 그럴 수 없는 팀이다. 경영진이나 팬 모두 눈높이가 최소 리그 우승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과감한 변신을 꾀하는 건 쉽지 않다.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비어 있는 부분을 적당히 채워넣으면서 전력을 보강한다. 물론 이 전략엔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는 우승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의향과 능력을 갖고 있는 팀이다.

뜬금 없이 야구 얘기를 길게 한 건 최근 IT 시장의 관심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 물색 작업 때문이다. 잘 아는 것처럼 MS는 30년이 넘는 역사상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딱 두 사람의 CEO만 거쳐갔다. 굳이 비교하자면, 늘 우승권에서 맴돌았던 뉴욕 양키스 비슷한 팀이다.

하지만 지금 MS의 사정은 좀 심각한 편이다. 텃밭이던 PC 시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눈을 돌린 게임이나 모바일 쪽에서도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검색이나 인터넷 사업 쪽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MS가 처한 환경이 요즘 뉴욕 양키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번쯤 사업을 전면 정비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변신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란 것. 주주들의 눈높이가 ‘우승을 다투는 성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곰곰 따져보자. MS는 더 이상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다. MS가 지난 7월 개별제품 중심으로 구성됐던 조직을 '장비와 서비스'의 결합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꾼 것 역시 이런 상황 인식에서 비롯된 조치다.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떨게 했던 PC 시대의 MS는 더 이상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었다.

스티브 발머를 대신할 후임 CEO 물색 작업도 비슷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도 선택을 앞둔 MS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그리고 그 고민의 연원을 따져 들어가면 ‘리빌딩’과 ‘성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느껴진다.

◆MS의 선택은 리빌딩일까? 점진적 개선일까?

이런 상황에서 MS는 어떤 선택을 할까? 현재 MS가 처한 상황은 과감한 리빌딩이 절실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초기 탬파베이 같은 혁신이 필요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게 쉽진 않을 것 같다. 만년 꼴찌였던 탬파베이와 달리 MS는 여전히 지켜야 할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역시 MS의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물론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앨런 멀라리 포드 CEO나 사티야 나델라 MS 부사장 모두 능력 면에선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인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카리스마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 능력은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MS 리빌딩’이란 좀 더 큰 과제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 지다. 아니, MS 경영진이 과연 ‘리빌딩’ 쪽에 무게를 싣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란 부분이다.

어쨌든 MS는 조만간 선택을 할 것이다. 그 선택은 과연 어느 쪽일까? 강자란 자존심을 지키면서 전력 보강을 꾀하는 뉴욕 양키스의 길일까? 아니면 바닥부터 철저히 변신하는 탬파베이의 길을 택할까?

당분간 난 이런 질문을 토대로 MS의 CEO 교체 작업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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