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의 에어, 애플의 에어
2013.11.05 오후 4:30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 나이키는 1985년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당시 미국 프로농구 NBA에 막 데뷔한 신인 선수와 신발 공급 계약을 한 것. 그것도 5년 간 250만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였다.

당시 나이키의 레이더 망에 걸린 선수가 바로 마이클 조던이다. 조던은 그 해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입단한 터였다. 나이키는 신인 선수 조던에게 공급한 농구화에 '에어 조던'이란 이름까지 붙였다.


이전까지 '에어'는 농구에선 그다지 좋은 말은 아니었다. 농구에선 슈팅한 공이 림에도 닿지 못할 경우 '에어볼'이라고 한다. '허공을 가르는 슛'이란 의미인 셈이다.

하지만 나이키는 '에어(Air)'란 단어에서 공기처럼 가볍게 날아오른다는 의미를 끌어냈다. 물론 체공력이 뛰어났던 조던만큼 그 이미지에 잘 들어맞는 선수는 없었다. 나이키의 '에어 마케팅'은 뛰어난 신발 제작 기술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에어 조던은 2008년 23탄까지 출시될 정도로 장수 모델이었다.

이제 눈을 IT 시장으로 돌려보자. 스티브 잡스는 2008년 맥북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파격적인 연출을 한다. '공기에는 뭔가 있다(There's something in the Air)'란 유명한 말과 함께 맥북 에어를 소개한다.

그런데 그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책상 위에 준비돼 있던 서류 봉투를 연 뒤 그 속에서 맥북 에어를 꺼낸 것. 스티브 잡스는 그 무렵 가장 얇다는 평을 받았던 소니 노트북보다 훨씬 더 '날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연출을 했다.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맥북 에어는 가격이 다소 비쌌다. 하지만 애플은 이후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SSD를 탑재했다. 덕분에 맥북 에어는 정체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던 노트북 시장에서 '혁신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공기 속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냈던' 잡스는 이후 2010년 아이패드로 또 한 차례 혁신 바람을 몰고 왔다. 하지만 3년 여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패드의 혁신 이미지는 조금씩 흐려지고 있던 터였다. 지난 해 초 60%를 훨씬 넘었던 애플의 태블릿 시장 점유율도 불과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호사가들은 '잡스의 빈자리'를 외쳐댔다. 애플의 혁신 DNA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애플이 선택한 것이 바로 '에어'였다. 노트북 시장에서 한 차례 성공한 혁신 키워드. 따라서 상대적으로 실패할 위험이 적다고 볼 수도 있는 키워드인 셈이다. 기자는 이 대목에서 애플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봤다.

먼저 가능성부터 얘기해보자. 사실 상상도 못했다. 애플이 아이패드2 이후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건드리라곤 짐작도 못했다. 겉모서리인 베젤이 차지하는 공간을 절반 이하로 만들고 무게도 70% 수준까지 줄이면서 휴대성을 대폭 강화한 대목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모처럼 애플다운 혁신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바로 그 대목에서 애플의 한계도 함께 느꼈다. 결국은 5년 전 내세웠던 키워드를 다시 부여잡을 수 없는 현실. 그건 어쩌면 애플의 한계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된 태블릿 시장의 한계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계속 코너로 몰리던 애플은 '에어'란 전가의 보도를 앞세워 반격 선언을 했다. 과연 '에어 마케팅'은 또 한차례 애플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다만 나이키의 '에어 조던 마케팅'을 살펴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나이키의 '에어 조던; 마케팅은 조던이 은퇴한 이후에도 비교적 잘 먹혀들어갔다. '조던'이란 아이콘이 남긴 잔상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조던처럼 높이 점프하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욕망을 잘 터치하면서 계속 인기를 누렸다. 나이키의 에어 마케팅은 2008년 '에어조던 23'이 나올 때까지 계속 됐다. (잘 아는 것처럼, 23은 조던의 현역 시절 백넘버다.)

그럼 애플의 '에어 마케팅'은 어떻게 될까? 조던 이후에도 '에어'의 이미지를 잘 살렸던 나이키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갖고 당분간 태블릿 시장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법이 될 것 같다.

굳이 저 질문에 대한 기자의 대답을 원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대답하고 싶다. 단,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란 단서를 꼭 붙이고 싶다.

김익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