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예 하연수
2013.10.10 오후 5:20
"'감자별', 놓치면 바보라고 생각했죠"
인형같은 외모. 마냥 애교스럽기만 할 것 같은 미소. 하연수의 또렷한 첫 인상이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난 뒤엔 '생각보다 털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를 마칠 때 쯤엔 예상 못한 강단까지 느껴졌다. 유순한 아이 같던 얼굴에서 그제야 여배우의 묘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글| 권혜림 기자 사진-영상| 정소희 기자





데뷔작인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분량을 뛰어 넘은 존재감으로 관객을 만났던 하연수는 Mnet  뮤직드라마 '몬스타'를 통해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다. 지난 9월23일 첫 방송된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로는 그 여세를 잇고 있다. '감자별'은 '시트콤의 대가'로 불리는 김병욱 PD의 새 시트콤인 만큼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2013년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 때문에 벌어지는 노 씨 일가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다.


하연수는 '연애의 온도' 속 순수하고 귀여운 여대생 효선, '몬스타'의 엉뚱 소녀 세이에 이어 '감자별'을 통해 달동네에 사는 '알바왕' 나진아로 분했다.

"시놉시스를 보고 '꼭 하고싶다. 놓치면 바보다'라고 생각했어요. 전부터 시트콤을 해 보고 싶었고요. 사실 전 어떤 일이 너무 좋으면 그냥 도망을 가고 싶을 때가 한 번 씩 있거든요. 정말 너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을 때요. 이번 캐스팅은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부담도 되고 좋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죠."

그가 연기하는 나진아는 돈은 없어도 꿈은 버릴 수 없는 24세 소녀 가장이다. 서울 왕십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햄버거를 팔기 시작해 부점장 자리에까지 오른 성실한 인물이다.

진아의 꿈은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가 창립 멤버였던 장난감 회사에 들어가 날으는 소형비행체를 만드는 것. 스펙이 부족했던 진아는 결구 무급 인턴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하연수는 나진아를 가리켜 "'몬스타'의 세이가 엉뚱했다면 이 친구는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만의 특기도 있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라며 "세이의 환경은 아파트에 살 수 있는 정도였지만 진아는 달동네에서 생활력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아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감자별'에서 하연수는 청춘 스타로 떠오른 여진구와 호흡을 맞췄다. 1997년생, 올해 만 16세인 여진구는 '연애의 온도'의 이민기, '몬스타'의 용준형, 강하늘과 비교해 하연수에겐 가장 어린 상대 배우다.

1990년생인 하연수와는 7세 차다. 극 중 여진구는 한국의 스티브잡스를 연상시키는 24세 프로그래머를 연기한다. 그는 달동네의 빈 집으로 이사와 살면서 진아와 가까워지게 된다.



"대본 리딩을 마치고, 여진구와 친해져야 연기를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차를 한 잔 하자고 했어요. 물론 매니저들도 다 같이 모여 차를 마셨죠. 당시는 고작 세 번 만났을 때인데, 아직까지는 많이 친해지지 못했어요. 아마 제가 나이가 많아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제가 여진구와 동갑이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는데.(웃음)"

'감자별'에는 하연수와 여진구를 비롯해 이순재·노주현·금보라·고경표·오영실 등이 출연한다. 다양한 연령층의 쟁쟁한 선배들과 만나게 된 하연수는 "선생님들께 많이 배우고 싶다"며 "현장에서 폐를 끼치지 않도록 많이 많이 배울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김병욱 감독님의 시트콤이라는 사실이나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는건 아니에요. 단박에 어떻게 되겠다는 욕심보다는, 현장의 선생님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지적받으며 많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현장에 배우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이전 작품들에서 부족했던 걸 많이 채우고 싶어요."

혜성처럼 나타나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빈 하연수에겐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단골로 붙곤 한다. 그는 "'신데렐라' '블루칩'이란 수식어가 부끄럽기도, 감사하기도 하지만 이젠 '연기파' 같은 또 다른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다"며 "그러려면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급속도로 높아진 관심에 스스로도 놀랄 법 한데, 하연수는 남다른 인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달라졌다기보다, 그냥 일이 많아진 것 뿐"이라며 "천천히 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답을 하며 잠시 내려 깐 눈동자가 차분하게 빛났다.  

"사실 '몬스타' 오디션에서도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3,4차까지 길게 보고 최종적으로 선택됐죠. 많이 당혹스럽기도 했어요. 기타도 잘 못 치고, 다른 배우들 중엔 뮤지컬 배우이거나 가수인 분들이 많은 반면 저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내가 해도 되는 역할인가' 싶었죠. 겁도 나고 무서웠는데, 어떻게든 하긴 했어요. 체력도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해 냈는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웃음)"

부산에서 자란 하연수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공부했고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하길 꿈꾸던 아이였다. 쭉 그림을 그리다 우연한 계기에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TV 속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가시나, 니 저런 거나 하지?'하고 물었던 어머니에게 '됐다. 뭐 저런 걸 해'라고 답했었지만 지금와 생각하면 마치 어머니가 딸의 운명을 예견한 모양새다.



"어머니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셨나봐요. 고향이 부산인데, 사실 경상도 사람들이 무뚝뚝한 편이라 가족끼리도 크게 좋은 티를 내진 않거든요. 지금도 제 모습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고요.(웃음) 저는 연기를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고요.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 지 지켜봐 주세요."

본명: 유연수 특기: 그림 좋아하는 배우: 이연걸 좋아하는 영화: 레옹 혈액형: B형 고향: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