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기로 카메라업계, 돌파구 찾아라

디지털 카메라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꾸만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스마트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설 자리를 잃을 지도 모른단 위기의식마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카메라업계의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다.

글| 민혜정 기자 사진| 각사 제공

카메라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일본 카메라 업체들이 목표 판매량을 대폭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덩달아 생산라인을 감축하고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캐논은 소형 콤팩트 카메라의 올해 판매 목표량을 1천700만대로 잡았다가 1천400만대로 낮췄다. 연수익 전망치도 최근 10% 내렸다. 후지필름은 디지털 카메라 출시 모델을 당초 20개에서 10개로 줄였다. 파나소닉도 카메라 사업 부문의 고정 비용을 앞으로 3년 간 60% 삭감키로 했다. 지난해 이미징 사업에서 230억엔(한화 약2천623억원) 손실을 기록한 올림푸스도 생산라인과 모델 수 축소를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메라업체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미러리스 카메라다.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에 DLSR의 성능을 결합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 의료기기 사업같은 B2B 사업에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은 513만대에 불과했다. 1천840만대를 기록한 DSLR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크게 다를 전망이다. 역시 가트너는 올해 미러리스 판매량이 955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해 판매량보다 86% 가량 늘어난다는 얘기다. 오는 2015년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이 1천590만대로 늘어나 DSLR 판매량 1천403만대를 187만대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 대수는 2008년 파나소닉이 첫 제품을 내놓은지 10년도 되지 않아 DSLR을 넘어선다.

국내 시장에서도 미러리스 시장 규모는 2010년 약 9만대, 2011년 약 12만대, 2012년 약 18만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올해 예상 판매량은 30만대 가량이다. 이 같은 성장세 때문에 미러리스의 양강 업체 소니와 삼성 외에도 올림푸스·후지필름·파나소닉, DSLR의 강자 니콘과 캐논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메라 업계 한 관계자는 "DSLR과 미러리스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가격과 크기에 보급형 제품이, 콤팩트 카메라는 최대한 하이엔드 제품군이 앞으로 많이 출시될 것"이라며 "카메라가 스마트폰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카메라 시장은) 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메라 업체들이 카메라 사업보다 의료기기 같은 B2B 사업에 매진할 수도 있다. 광학기술을 보유한 올림푸스·캐논·니콘 등 카메라 업체들은 내시경, 안과기기, 엑스레이 기기 등 의료기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3천77억달러로(한화 약 345조) 2008년 이후 연평균 4.9%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도 4조5천923억원으로 전년대비 6.6%성장했다. 세계 내시경 시장 점유율 1위 올림푸스의 경우 지난해 회계연도(2012년4월~2013년3월) 올림푸스의 사업별 매출을 살펴보면 의료 사업이 전체 매출액(7천439억엔) 중 53%(3천947억엔)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올림푸스와 소니는 각각 49%, 51%씩 출자해 '소니 올림푸스 메디컬솔루션즈'라는 의료기기 전문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양사는 소니의 전자공학기술과 올림푸스의 광학기술을 조합해 의료기기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PC제조사들처럼 카메라 업체들도 스마트폰의 공세에 사업 재편기에 들어섰다"며 "의료기기나, 촬영장비 같은 B2B 쪽으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