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냉장고 용량 비교광고로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용량을 실측할 감정기관을 두고도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양사가 서로 다른 감정기관을 제시하면서 선택에 문제가 생긴 것.
재판부가 제시한 조정 권유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의견차는 좁혀졌지만 여전히 상대측의 선(先)양보를 주장했다.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제50민사부)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처분 이의 소송 2차 심문기일이 진행됐다.
이번 소송은 앞서 LG전자가 승소한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가 이의신청을 제기해 진행됐다. 지난달 26일 1차 심문기일이 열렸지만 양사의 의견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LG전자 변호인단은 "(삼성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응 비용을 지불하라"고 주장했고,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LG가 올린 위반광고를 내리고 가처분 소송과 손해배상을 취소하라"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심문기일인 오늘까지 양측이 서로 양보해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검증 및 감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게 될 전망이다.
◆검증기관 선정에도 불협화음…삼성·LG 추천 달라
이날 재판에서는 특히 양사 제품 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감정 기관을 정하는 게 문제가 됐다. 재판부에 추천을 해야되는 양사 변호인단이 서로 다른 감정기관을 제시하고 나선 것.
감정은 삼성 냉장고와 LG 냉장고의 실제 제품 용량을 측정하는 과정이다. 또 검증은 문제의 발단이 된 삼성전자의 동영상 광고가 정확했는지를 따지는 절차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가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냉동공조인증센터 등 두곳을 검증기관으로 제시한 상태다.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두 검증기관이 국가의 공식기관이라 공무원 또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의 사람들이 검증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다른 4곳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측이 제시한 두곳이 삼성 사업장과 가까워 객관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LG전자 변호인단은 "삼성이 신청한 두곳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거리적으로 가까운 안산에 시험소가 위치해 있어 객관성이 의심된다"며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부산 테크노파크, 인터텍 등 4곳도 국가가 인증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중 인터텍은 이번 동영상 광고와 관계가 있는 회사라 이번 감정회사 선택 과정에서 아예 제외될 전망이다. 다른 기관들도 국가 기관이 아니라 국가 인증 기관이라 선택 가능성이 미지수다.
◆삼성 "전부 없었던 일로 하자" vs LG "조정 가능, 되돌릴 순 없어"
2차 심문기일이 열린 이날 재판부는 다시 한번 양사의 조정을 권유했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조정이 되지 않았으니 검증, 감정을 하겠다"면서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조금씩 양보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어차피 동영상을 다시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LG는 양보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 계속 양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청 취하, 이의 취하, 본소 및 반소 취하, 인터넷 동영상 전부 삭제 등 이번 사건을 전부 다 없애는 것에 동의한다면 다시 한번 (경영진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LG전자 변호인단은 "큰 틀에서 봤을 때 양사가 서로 다투는 모습이 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정으로 이 사건을 종결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완전히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긴 곤란하다"고 못박았다.
특히 "애초에 국가에서 정한 규격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공격은 부당하다고 여겼고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재발할 수 있겠다는 우려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측은 그러면서도 여지가 있다면 재판부 조정 하에 서로 만나보는 것에 대해서는 입장을 같이 했다.
◆LG "동영상 광고와 재현 영상 다르다" vs 삼성 "LG도 콜라캔 넣어 마케팅"
이번 재판은 앞서 진행된 1차 심문기일에 비해서는 비교적 원만하게 이뤄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양측에 대한 비판을 할 때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포문은 LG전자가 먼저 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재판 이후 검증 절차를 위해 동영상 광고에 대한 재현 영상을 다시 제출했는데 이에 대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LG전자 변호인단은 "캐비넷 지지대로 냉장고를 고정하고 냉장고 안을 비닐로 씌우고 물을 붓는 등의 모습은 재현 동영상에만 있고 광고 영상에는 없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증이 의미를 가지려면 광고 이전에 어떤 실험을 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런 것 없이 새로운 검증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본체 쪽에는 물이 새기 때문에 비닐을 씌운 것이고,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 위해 사전에 선명하게 촬영한 영상에도 비닐이 나와 있다"며 "광고는 광고업자가 찍는 것이고 화면을 보기 좋고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안 보이도록) 비닐 처리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측은 LG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해 지적했다.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삼성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동영상을 내렸는데 LG전자는 삼성이 거짓말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고 항의했다.
특히 "LG전자는 최근 홈쇼핑에서도 콜라캔을 넣었더니 삼성보다 많이 들어가더라는 내용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LG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논리라면 할 수 없는 일을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홈바와 매직스페이스의 용량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콜라캔을 사용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이는 LG전자 기존 제품과 신제품을 비교했을 뿐 타사 제품과 비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감정인 심문기일을 오는 7월1일로 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전까지 조속한 시일 내에 추천 감정기관에 대한 의견을 내야한다. 양사가 한 기관을 공동 추천할 경우 해당 기관이 확정되고 서로 다를 경우 재판부에서 단독으로 결정한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동영상 광고 가처분 소송건과 별도로 냉장고 용량 비교를 쟁점으로 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맞소송도 진행 중이다. 앞서 4월19일 한차례 변론재판이 진행된 이 소송은 오는 6월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2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박웅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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