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금융권의 탈(脫) 메인프레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메인프레임이 업계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최대 메인프레임 고객인 금융권까지 메인프레임을 외면하면서 '종말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
국민은행과 우리은행까지도 이미 차세대 전산 시스템으로 유닉스 기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메인프레임을 공급하고 있는 한국IBM의 시스템 사업부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실제 한국IBM 메인프레임 사업은 지난 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메인프레임 장기 공급 계약인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을 갱신한 기업은 세 군데에 그쳤다. 신규 고객사 발굴 실적도 전무했다. 2012년 4분기 매출은 거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현재 국내 메인프레임 고객사는 30여개 남짓. 지난 40여년 동안 우리나라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버팀목이 됐던 메인프레임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해 4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메인프레임은 2000년 이래 최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6%의 매출 성장률을 내며 IBM의 성장을 견인했다. 2012년 전체 매출액으로는 전년 대비 5% 성장하며 3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IBM의 2012년 신규 메인프레임 고객사는 71개에 달했다.

메인프레임이 비싼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들이 여전히 이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그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메인프레임은 공급사가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서비스, 컨설팅 등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관리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한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폐쇄형 구조로 설계돼 있어 보안성이 매우 뛰어나다. 성능도 여타 서버 대비 월등하다. 최근에는 리눅스나 유닉스 운영체제(OS)까지도 지원하면서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토대도 갖췄다.
그런데 메인프레임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쇠퇴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국내 전산 담당자들은 그 이유로 비용 문제를 꼽았다. '좋은건 알지만 비싸서 못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와 우리나라에 제공되는 제품 가격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비싸다는 것만으로는 국내 시장에서의 메인프레임 추락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물론 고비용 구조가 국내 고객들이 메인프레임을 외면하는 요소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메인프레임 구축 비용은 유닉스 플랫폼 대비 최대 10배까지 비싼게 현실이다. 게다가 IBM의 메인프레임 계약인 OIO 계약은 그 경직성으로 고객의 사정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해야 할 때는 엄청난 금액을 대가로 치뤄야 한다.
문제는 이같은 고비용 뿐 아니라 유연하지 못한 한국IBM의 태도가 메인프레임의 급감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의 경우 다른 시스템으로의 전환 없이 기존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고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침체된 경기상황과 경쟁 심화로 IT부서가 비용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T책임자가 기업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IBM은 이를 적절히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은행입장에서는 OIO 계약에 따라 매년 수백억원 씩 IBM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특히 중간에 계약 해지시 내야 하는 위약금은 메인프레임을 외면하게 만든다.계약 변경시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나 시스템 증설 금액도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다. 대부분의 메인프레임 고객들이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IBM 관계자는 '이렇게 좋은 제품을 왜 못 파느냐'고 본사로부터 질타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제품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한국IBM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는듯 하다. 이 관계자는 "비용 압박을 받고 있는 고객들에게 IBM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해답은 나왔다. OIO 계약 변경시 한번에 내야하는 위약금을 몇년에 걸쳐 나눠서 낼 수 있게 한다든지, 시스템 증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월 사용료 개념이 아닌 영구 사용권으로 판매를 한다든지 하는 유연한 정책을 추진하면 된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공생 정책을 마련해 고민 수준이 아니라 실천에 옮기면 된다.
셜리 위 추이 대표가 올해 초 신임 대표로 부임하며 한국IBM의 5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메인프레임을 꼽았다고 한다. 메인프레임은 단순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서비스 등 IBM의 모든 역량이 결집된 제품이다. 메인프레임이 성장해야 한국IBM이 성장할 수 있다는게 셜리 위 추이 대표의 생각인 셈이다.
한국IBM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외국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한국 고객 입장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선의 답을 주려는 모습으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본사 정책상 된다 안된다가 아니라 본사를 설득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국내 메인프레임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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