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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577프로젝트', 이토록 사랑스러운 고생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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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공효진외 16명의 국토대장정…30일 개봉

[권혜림기자] '얼떨결에 내뱉은 말 한 마디로 장장 577km를 걷게 된 하정우 공효진의 순도 200% 리얼 버라이어티 무비'.

'577프로젝트'의 개요와 개봉 계획이 공개됐을 당시, 더이상 새롭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꼬리표를 붙인 이 영화에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기획부터 캐스팅까지 직접 뛰어들며 영화화를 진행한 하정우조차 언론 시사에 참석해 "이 영화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을 정도다.

'대세' 배우로 손꼽히는 하정우가 '공블리' 공효진을 577km의 대장정행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이 언론 시사 전 '577프로젝트'의 유일한 '떡밥'이었던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관객들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16명의 대원들로 영화를 홍보하기엔 무리였던 만큼, 하정우와 공효진의 꾸밈없는 일상을 훔쳐볼 수 있다는 점은 영화의 유일만 관람포인트로 비춰졌다.

그러나 뚜껑을 연 '577프로젝트'는 하정우, 공효진 외 16인의 이야기들만으로도 충분한 밀도를 자랑했다. 하정우와 영화계에서 인연을 맺은 선후배들, 아직 대중의 눈에 익숙치 않은 배우들의 면면은 도리어 신선한 감흥을 선사했다.

영화를 채운 재치 넘치는 설정들도 '577프로젝트'를 유쾌한 모험담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대장정에 필요한 생필품을 제공한 협찬사를 위해서는 대원들이 직접 만든 광고를 '대놓고' 삽입하는 방식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당장 TV광고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각기 명확한 웃음 포인트를 자랑한 광고들은 PPL을 향한 관객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제대로 비껴가며 통쾌한 웃음을 준다. 영화든 드라마든, 의도적으로 삽입된 광고 영상으로 이토록 큰 즐거움을 안길 만한 작품이 얼마나 될지 고민해보면, '577프로젝트'가 남다른 재기를 자랑하는 영화임은 더욱 분명해진다.

하정우가 단발머리 가발을 쓴 채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인 '하숙쇼'와 '아침 드라마계 장동건' 이지훈의 고해성사 꽁트 등은 기대치 못한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깜짝 반전으로 관객을 놀래킨 한성천의 낙오 선언은 마지막까지 긴장과 웃음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일각에선 기대만 못한 하정우와 공효진의 '분량'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관객에게 낯선 16명의 대원들과 섞여 잠을 청하고 고된 걸음을 함께 걷는 두 배우의 모습은 되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577프로젝트'를 기획하고 20일 간 카메라 안팎에서 대원들을 관리한 하정우의 역할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장정의 초반, "나는 (하정우와 달리) 아는 사람이 없지 않냐. 밤에 이불 속에서 몰래 운 적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던 공효진이 홧김에 낙오를 선언한 막내 이승하를 웃으며 달래는 장면은 영화에서 그의 인간미가 빛난 대표적인 순간이다.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터뜨리는 이승하의 어깨를 조용히 감싸안는 순간, 공효진은 톱배우가 아닌 더없이 친근한 언니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하정우의 특별 주문으로 공효진을 '전담 관리'한 김준규는 공효진의 애견 미미를 안고 꿋꿋이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이쯤 되면 대장정 초반 외로움을 호소하던 공효진은 사라지고 없다. 새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숨을 쉬며 마음을 여는 그의 얼굴은 화려하게 치장한 여느 시상식때보다도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만일 하정우와 공효진, 두 명의 톱배우만이 스크린을 채웠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온기와 매력이 넘치는 순간들이다.

'577프로젝트' 시사 후 이뤄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몇몇 대원들은 "영화를 보고 나니 직접 국토대장정을 체험해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자리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극중 하정우의 말대로 이들이 고행 끝 도착한 해남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대원들은 577km를 두 발로 걸었던 20일 간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어떤 것을 든든하게 얻어온듯한 모습이었다.

'577프로젝트'는 관객으로 하여금 일상 밖 모험에 뛰어들고 싶게끔 만드는 영화다. 선뜻 택하기 쉽지 않을 만큼 작고 낯선 작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스크린을 통해 대원들의 20일을 생생하게 함께 한 관객들이라면, 한결 풍요로워진 가슴을 안고 기분좋게 극장을 나설 법하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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