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김익현]'버스 무릎녀'와 '메이킹 뉴스'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런데 저자가 내린 결론이 놀랍다.일반인들의 생각과 다소 달랐기 때문이다.

흔히 기자들이 뉴스를 생산할 때는 보도할 가치란 객관적 기준이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터크만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뉴스 제작진들이 일종의 틀을 가지고 뉴스를 만들며, 틀의 특징에 따라 뉴스의 내용이 윤색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 첫 머리에 나오는 유명한 말은 지금도 많이 회자된다. "뉴스는 세계를 향해 나 있는 창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창의 크기와 창틀의 수,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눈 앞에 펼쳐지는 전망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때론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메이킹 뉴스'는 1970년대 주요 언론사 편집국을 참여 관찰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읽어도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히려 뉴스 소비 속도가 빨라지면서 왜곡된 창이 더 커진 느낌마저 든다.

서론이 길었다. 어제 오늘 '버스 무릎녀'가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2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아버지 뻘 되는 운전 기사를 무릎 꿇린 사진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이 사진을 토대로 많은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아직은 모른다"는 여론을 전해주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인 언론사도 있었지만, 젊은 여성의 무례한 행동을 질타하는 논조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불과 하루 만에 확 바뀌었다. 상반된 증언이 나온 때문이다. 알고 보니 버스 회사 쪽의 안전 불감증이 더 문제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버스 회사 소장이 사과를 요구하는 승객들에게 오히려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것. 결국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가 대신 무릎을 꿇자, 승객들이 오히려 그 사람을 말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순식간에 언론의 논조가 바뀌었다. 이젠 '버스 무릎녀 진실 공방'이 주도 프레임이 됐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추이로 봐선 '버스 무릎녀'는 '제2의 채선당'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시 앞에 얘기했던 '메이킹 뉴스'로 돌아가보자. 게이 터크만은 이 책에서 뉴스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실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채선당'과 '버스 무릎녀' 사건을 연이어 보면서 언론의 뉴스 생산 메커니즘이 얼마나 왜곡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터크만이 경고했던 것처럼, (없는) 현실을 구성한 뒤, 그 현실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근거 없는) 분노를 불러 일으킨 셈이다.

결과론이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버스 무릎녀' 같은 경우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뭔가 이상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건이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진 외에는 아무런 배경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혹시 30여 년 전 터크만이 경고했던 것처럼 '객관적 기준'이나 '주관적 가치 판단'이 아니라 시선을 끌고자 하는 관행에 지나치게 매몰된 때문은 아닐까? 언론사들이 '감시와 비판' 보다는 '기이한 사건'이란 창을 더 중요하게 취급하기 때문은 아닐까? '소셜 미디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심리가 너무 강해진 때문은 아닐까?

이런 과정을 보면서 "소셜 미디어의 자연 정화과정"이라고 할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을 여과없이 보도했던 언론사의 시스템이다. 결과적으로 오보를 마구 쏟아냈기 때문이다. '메이킹 뉴스' 과정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굳이 터크만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언론의 기본 사명은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 역할이다.

적어도 이번 '버스 무릎녀' 사건에선 이런 기본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부분에 대한 반성과 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메이킹 뉴스'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익현]'버스 무릎녀'와 '메이킹 뉴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