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부문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삼성과 LG는 모두 올해 안에 대규모의 차세대 생산공장을 가동키로 하고 본격적인 힘 싸움을 펼칠 예정이어서 치열한 1위 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선두 경쟁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이 부문의 맹렬한 도전자인 대만 기업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 LG, “세계 1위는 내 차지”
‘만년 2위’ LG필립스가 삼성전자를 향해 먼저 한방을 날렸다. 삼성 타도를 외치며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LG필립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5세대 생산라인의 가동에 들어갔다.
LG필립스는 이달 24일 구미 공장에서 구본준 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월 3만개 규모의 5세대 생산공장 준공식을 가진다.
이에 따라 LG필립스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TFT-LCD 시장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5세대 TFT-LCD 생산라인은 기존 ‘4세대’에 비해 2배 이상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제조라인으로, 대형 제품 생산에 특히 유리하다.
18인치 패널의 경우 기존 라인에서 4개가 생산되지만 5세대 라인에서는 9개까지 생산할 수 있다.
더구나 LG는 이번에 완공한 5세대 1공장에 만족하지 않고 연말 이전에 추가 공장 건설도 추진중이다. 내년에도 2개의 5세대 라인을 추가 건설해 5세대 라인에서 연간 12만개의 패널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 삼성, “무슨 소리! 경쟁은 이제부터다”
LG필립스의 선제공격에 세계 1위의 ‘트로피’를 뺏기게 된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LG의 공격경영에 맞서기 위해 5세대 라인 조기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어느 기업보다 ‘총알’이 많은 1위 삼성이 앉아서 당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
오는 9~10월 경 월 2만개 규모의 5세대 라인 가동을 시작으로 5세대 라인 증설에 집중적인 총탄을 쏟아 붇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3월말 현재 4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2개의 5세대 생산라인을 추가로 확보하면 '빼앗긴 들'에서 ‘봄’을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LG가 생산라인을 풀 가동할 경우 올 연말까지는 생산능력면에서 뒤질 수 있다"면서도 "내년 이후에는 다시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월 100만개(15인치 기준, 4월말 현재)의 TFT-LCD 패널을 생산해 아직까지는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월 70만개 가량 생산하는 LG가 5세대 라인을 풀 가동하더라도 약 100만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것.
◆국내 업체들, "대만은 우리 상대 아니다"
LG와 삼성의 5세대 생산라인 경쟁으로 우리나라는 대만 기업들을 제치고 TFT-LCD 세계 1위를 이어나가게 됐다.
지난 2000년 이후 AU옵트로닉스, CPT, 산스타, 치메이 등 대만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면서 느낀 위기감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대만의 기업들은 지난 1분기 모니터용 TFT-LCD 시장에서 세계 시장의 44.1%(OEM물량 포함)를 차지해 우리나라(36.5%)를 제친 것으로 나타나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러나 대만 기업들은 아직 5세대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TFT-LCD 패널의 수요가 크게 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5세대 라인을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디스플레이연구조합 구자풍 사무국장은 “LG, 삼성 등이 올 본격적인 5세대 라인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전 세계적으로는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7~18인치급 이상 대형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5세대 라인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PC의 TFT-LCD 모니터 비율이 30%에 지나지 않아 수요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노트북PC과 모니터용 시장규모가 올해 6천만개 이상 수준에 달해 TFT-LCD시장은 작년(4천500만개)보다 약 3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호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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