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김익현]코닥의 몰락에서 배울 점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 질문에 캐논이나 올림푸스, 소니를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이 기업들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전혀 엉뚱한 기업이 처음 만들었다. 대표적인 아날로그 카메라 업체. 바로 코닥이다.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1975년, 코닥의 한 엔지니어가 디지털 카메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때만 해도 필름과 현상, 인화가 절대 진리로 통하던 시절. 디지털 카메라는 꿈조차 꾸기 힘든 제품이었다.

코닥 경영진도 처음엔 디지털 카메라에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결론은 "해 오던 일이나 잘하라"는 명령이었다. 흥미롭긴 하지만 주력 업종인 필름 카메라 사업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엉뚱한 곳에 힘을 분산시키지 말라는 호통이 떨어졌다.

혁신을 외면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1980년대 들어 '디지털 바람'이 불면서 코닥은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위기위식을 느낀 코닥은 1990년대 중반 뒤늦게 디지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현실은 이미 코닥의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코닥은 변화의 강도를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또 범했다. '필름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잘 읽은 캐논이 디지털 시대의 강자로 떠오르는 동안 코닥은 서서히 침몰했다.

2005년 이후 코닥의 상황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최근 7년 동안 6번이나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누적 적자만 17억6천만 달러를 넘어설 정도다.

코닥은 지난 2009년 필름 사업을 버리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한번 기울기 시작한 거함을 되돌이키기엔 역부족이었다. 2005년 영입된 안토니오 페레즈 CEO 조차 "디지털 시대로 변신하는 것이 5년 정도 늦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132년 역사를 자랑하던 코닥은 결국 18일(미국 현지 시간) 백기를 들고 말았다.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시한부 생명 신세가 된 것. 완전히 생명이 끊어진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싸늘하다. 더 이상 회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코닥이 1970년대 중반 디지털 사업을 외면한 걸 마냥 탓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 시점엔 판단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코닥이 보여준 행보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미래를 향한 모험' 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안정'에 지나치게 많은 무게를 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하다.

코닥의 몰락이 많은 기업들에게 '반면교사'가 되는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일찍이 처칠은 "전통이 부재한 예술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고, 혁신이 없는 예술은 시체와 같다."고 갈파했다. 예술가들은 전통을 지키되 혁신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코닥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케케묵은 처칠의 금언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결국 중요한 건 혁신의 바람을 잘 알아채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칠의 금언을 이렇게 살짝 바꿔도 크게 탓할 일은 아닐 것 같다.

"전통을 외면하는 기업은 목자 없는 양 떼다. 하지만 혁신을 무시하는 기업은 시체나 다름 없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익현]코닥의 몰락에서 배울 점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