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앱'이 우울하다
2011.09.26 오후 1:00
[정종오 편집장] 스마트 시대는 시간이 갈수록 발전하고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앱 생태계는 우울한 것 같다. 최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두 명의 사내를 만났다. 한국 벤처의 역사를 함께 했던 40대 중반의 사내들이다. 이들은 몇몇 서비스를 하다 시쳇말로 '말아먹기도 한' 실패의 쓴맛을 본 사내들이다.


지난 2010년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이들은 재기의 길을 모색했다. 이들이 적극 뛰어든 곳은 앱 저작도구 서비스였다. 스마트 시대는 앱 시대를 말하는 것처럼 앱이 새로운 벤처 생태계의 중심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였다. '애플빠' '구글빠' 등 새로운 용어가 속속 등장하던 시기였고 앱에 대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이었다.

앱이 새로운 소통의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시장 자체가 이곳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이들 두 명의 사내는 "끝내 사업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우울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앱 전성시대에 앱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가 문을 닫게 생겼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사내의 푸념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업체의 몸 사리기가 정도를 지나쳤다. 곳간에 쌀이 가득 쌓여있는데 쌀을 풀지 않으니 신생 벤처업체들은 배고픔에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는 앱 개발자 몇 명과 저작도구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데다 벤처캐피탈업체의 투자 기피로 힘겨움에 처해 있다. 끝내는 지금 몇몇 업체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사내의 말은 신생 벤처업체의 어려움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돈은 넘쳐난다. 벤처캐피탈업체 등은 은행에 현금을 수북이 쌓아놓고 있다. 그 돈을 투자에 사용해야 하는데 위험을 감수하려는 '리스크 부담'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초기 벤처업체에 투자하는 캐피탈업체가 없다. 초기 벤처업체에 있어 투자는 기본이다. 처음 시작하는 벤처업체가 돈이 많을 리 없지 않은가. 투자가 있어야 벤처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데 이게 막혀 있으니 초기 벤처업체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 시대가 되면서 대기업과 벤처업체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기업은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벤처업체들은 자금줄이 막히면서 해당 서비스가 빛을 보기도 전에 고사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벤처생태계는 도전과 모험이 아닌 '가진 자들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본주의는 시간이 갈수록 자본과 기술, 인력을 움켜진 '가진 자'들의 편으로 편승되고 있다. 앱 전성시대가 되면서 대기업들은 관련 기술자들을 대거 채용했다. 앱 개발자들도 위험성이 있는 벤처업체보다는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그래서 벤처업체에서는 개발자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인력과 자본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벤처업체의 힘겨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인력을 구하기도, 자본을 투자받기도 어렵게 되면서 이제껏 자신이 해 왔던 사업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하거나 접을 수밖에 없다.

벤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벤처신화는 먼 옛날의 전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생태계라는 말이 사라질 정도로 요즈음 벤처는 막막한 상황이다. 그 막막함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면 앞으로 도전과 패기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고 어두운 그림자만이 벤처업계에 짙게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앱'이 우울하고 '애비'도 우울한 대한민국 현실이다.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d@inews24.com
이 기사에 질문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