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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덕의 다시보기]이적-유재석, 스위치를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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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덕기자] 이적이 유재석에게 바친, 유재석이 자신의 청춘에 바친, 두 사람이 시청자에게 바친 수줍고 은밀한 노래 한 곡에 대중들이 열광하고 있다.

'말하는 대로'. 마치 '아브라카다브라'를 연상시키는 이 숙명적인 제목의 곡은 대중들의 마음 어딘가를 살며시 건드렸고, 그 파장은 잔잔하지만 강렬했다.

MBC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가 끝난 후 관객들이 돌아간 무대에 덩그렇게 남은 유재석과 이적은 핀 조명 하나를 켜고 피아노 한 대를 놓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미 곡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했듯 이적은 인간 유재석의 속내와 진짜 이야기를 노래에 담고 싶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가 쑥스럽다고 주저하던 유재석은 자신의 청춘 몇 대목을 살포시 이적에게 열어보였다.

유재석이 환갑 때 부를 만한 노래, 진정성을 담은 노래를 만들고자 했던 이적의 시도는 '말하는 대로'라는 마법 같은 결과물로 탄생됐다.

곡을 들려준 형식 또한 의미심장했다. 아마도 이적이 제작진에 제안하지 않았을까 짐작될 정도로 이 곡을 부른 형식은 이적의 공연 포맷과 닮아있었다. 이적은 자신의 공연 때 앙코르 곡까지 다 소화한 후 엔딩 중의 엔딩 곡으로 '무대'라는 곡을 부르곤 했다.

'무대'라는 황홀한 곡의 가사의 시작과 끝은 이렇다. '다시 불이 켜지고 막이 오르고 나면 지구 어느 한 구석 손바닥만한 내 세상 위에 나 홀로 있네/(중략) '다시 불이 꺼지고 막이 내리고 나면 사랑을 떠나보내 슬픔에 빠진 사나이처럼 나 홀로 있네'.

명반으로 손꼽히는 이적의 3집 '나무로 만든 노래'에 마지막곡으로 수록된 이 곡을 엔딩곡으로 부르면서 이적은 혼신의 무대를 꾸민 자신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인 지도 모른다. 자기고백적이지 않은 곡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만 이 곡은 특히 농밀하게 다가온다. 고독한 뮤지션의 속내를 엿보며 공감한 관객들은 진한 여운을 안고 돌아간다.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스페셜 엔딩 무대로 방송된 유재석과 이적의 '말하는 대로'는 그런 지점에서 이적의 '무대'와 일맥상통한다. 시청자들에게 고한 두 사람의 자기고백적인 무대는 '무한도전'이 뮤지션들과 함께 한 50일 간의 음악 여행의 에필로그이자 은밀한 메시지를 담은 작별 인사로 부족함이 없었다.

유재석의 투박한 창법은 그대로 멋스러웠고, 이적의 빛나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은 어색해 하는 유재석을 포근하게 감싸고 어루만져줬다.

이적은 이미 '말하는 대로' 메이킹 과정을 통해 '거위의 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누가 부르냐에 따라 같은 가사라도 느낌이 달라진다"며 쑥스러워하는 유재석을 격려했다. 그가 97년 김동률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이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던 '거위의 꿈'은 2007년 인순이가 디지털음악으로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0년만에 이 곡을 리메이크한 인순이가 이적을 만나 "스물 두 살에 어떻게 이런 좋은 가사를 쓸 수 있었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만큼 '거위의 꿈'은 뮤지션 이적이 빚은 명곡으로 꼽힌다. 그런 이적이기에 유재석의 짧은 고백을 '말하는 대로'라는 투박하지만 살가운 그릇에 담아낼 수 있었으리라.

유재석은 또 어떠한가. 이미 2년 전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에서 드렁큰타이거(타이거JK), 윤미래와 '퓨처라이거'라는 팀을 결성해 '렛츠 댄스(Let's Dance)'라는 곡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던 그가 아니던가.

당시 드렁큰타이거는 자신을 충분히 배려해주고 즐겁게 이끈 유재석을 칭찬하며 "유재석씨는 '음악'이라는 다른 분야에 들어와서도 잘 캐치해가며 신중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덕에 우리는 더 열심히 곡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말하는 대로'에서 역시 유재석은 프로 가수처럼 노래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진솔한 모습으로 충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색한 그의 랩과 아마추어다운 그의 노래는 그 어떤 가수의 화려한 고음이나 기교보다 더 깊숙이 우리의 가슴을 찔렀다.

유재석과 이적, 두 대가가 우리에게 선물한 '말하는 대로'는 감동과 함께 음악 본연의 것에 대한 성찰을 안겨주기도 했다. '말하는 대로'에 열광하는 대중들을 보며 예전 타이거JK가 말한 '스위치論'이 떠올랐다.

타이거JK는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가요제 출연 직후 가진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어딘가에 있는 스위치를 움직이면 마음이 움직이는구나, 가능성이 있구나 하는 걸 배웠다"며 "그 스위치는 음악 본연의 것을 보여주는 감흥이다. 사람들이 가슴 속에 낭만을 원하는구나, 우리가 노력하면 그들이 움직여주겠구나 하는 희열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말하는 대로'를 통해 유재석과 이적은 우리의 스위치를 건드렸다. '처진 달팽이'라는 유머러스한 이름의 이 듀엣은 또한 '음악은 가짜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며, 허세가 아닌 진실이며, 기교가 아닌 진심이며, 포장이 아닌 내용'이란 것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음악이 고백이란 것을 보여줬다. 우리는 그 고백을 들으며 주저앉아 울기도, 앞으로 나갈 힘을 얻기도 할 것이다.

유재석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랩을 읊조린다. 이어 이적의 보컬이 춤을 추고, 유재석이 그를 따라 열창을 한다.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 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박재덕기자 aval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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