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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성]첨단 IT기업들의 '고객 줄세우기'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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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성기자] 광화문 사거리 인근 유명한 메밀국수집이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 그 집에는 줄을 서지 않고는 입장이 어렵다. 11시반만 되어도 길게 늘어선 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수근 거린다. "저기 한번 가볼까..."

같은 건물 모퉁이만 돌면 별관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몇발짝만 더 걸으면 기다리지 않는데, 하염없이 줄 선 이들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

몇 번을 드나들며 생긴 궁금증은 종업원들이 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별관으로 안내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내려진 결론. 바로 줄을 서게 만드는 것이 인기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비결이었다.

그러고 보니, 회사 인근의 인기 '라멘' 집에 길게 늘어선 줄이 떠오른다. '왜 저리 줄을 섰나, 그리 맛있나'하며 지나치지 않았던가.

IT 업계에서 이런 마케팅을 잘 써먹는 곳이 애플이다. 애플은 신제품만 내놓으면 고객들을 길게 줄 세운다. 고객들은 밤새워 줄 서고서도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손에 쥐고는 기뻐한다.

언론의 카메라는 연신 이런 광경을 찍어 기사로 싣는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자 해외토픽으로 신문에서나 보던 일이 똑같이 벌어진다. KT 역시 애플이 원하는 대로 '고객 줄세우기' 이벤트를 개최했다. 신문을 손에 쥔 독자들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다. '아이폰으로 바꿔 볼까'.

이제는 삼성전자도 비슷한 길을 가려는 것처럼 행동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현지시각) 갤럭시탭 10.1 (와이파이)을 사기 위해 뉴욕의 대표 IT스토어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200여명이 줄을 섰다며 신나 했다. 그 사진도 언론사들에 배포했다.

자기 제품을 줄을 서서라도 구입하겠다는 고객이 있는 회사는 행복한 기업이다. 이런 일이 입소문이나 마케팅에 활용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회사라면 줄 선 고객들을 마케팅용으로 쓸 게 아니라 미안한 마음에 먼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자리를 비켜줘야 내자리가 생기는 식당마저도 미안한 마음에 '번호표'라도 나눠 주는 데가 있다. 말로는 고객이라면서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는 첨단 기업들의 모습에서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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